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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조 오일´의 비밀, 한국 과학자가 푼다

중앙일보

입력

재미 한국 과학자가 불치의 유전병인 부신백질이영양증(ALD) 진행을 늦추는 유일한 물질로 알려진 ´로렌조 오일´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연구결과를 제시, 주목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선임연구원 민경태(閔庚泰.37) 박사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6월 25일자)´에 사람의 ALD와 비슷한 병에 걸리도록 돌연변이를 일으킨 초파리에게 로렌조 오일 성분을 투여, 병을 치료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이언스는 이를 주요뉴스로 선정, 연구가 미칠 영향과 전문가들의 분석 등을 담은 해설기사를 게재하는 등 비중있게 다뤘다.

ALD는 유전자 이상으로 긴사슬형지방산(VLCFA)이라는 물질이 분해되지 않고 피속에 축적되고 이 물질이 뇌에 들어가 뇌신경을 죽이는 질환으로 2만명당 1명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불치병이다.

이 병은 1992년 ´로렌조 오일´이라는 영화 소재로 등장, 널리 알려졌으며 이 영화에서 주인공 부부는 ALD에 걸린 아들(로렌조)을 살리기 위해 허신적인 노력을 한 끝에 치료약(로렌조오일)을 찾아낸다.

이 영화에서 이들 부부는 이 약을 치료시기를 놓친 아들에게 사용하지 못한 채 다른 아이들 치료에만 성공하지만 실제로는 ALD는 아직 많은 것이 밝혀지지 않았고 로렌조오일도 ALD의 진행을 늦출 뿐 아직 치료효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박사는 사람의 퇴행성 신경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도록 돌연변이를 일으킨 초파리(명칭 bubblegum:풍선껌)를 만든 뒤 이 초파리가 ALD 환자처럼 긴사슬형지방산(VLCFA)을 분해하는 효소(아실 코엔자임:CoA)를 합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민박사는 이 초파리에게 로렌조오일 성분(글리세릴 트리올리에이트)을 투여, 뇌신경을 죽이는 VLCFA의 혈중농도를 낮추는데 성공했으며 유충 때부터 로렌조오일을 투여한 돌연변이 초파리에서는 병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냈다.

사이언스는 이 연구결과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는 ALD의 연구에 돌연변이 초파리를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것일 뿐아니라 ALD 치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로렌조오일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민박사는 전화인터뷰에서 ´연구의 주목적은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을 연구할 수 있는 동물모델을 개발하는 것 ´이라며 ´돌연변이 초파리를 이용한 ALD와 로렌조오일에 대한 이번 연구결과는 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ALD의 권위자인 존스홉킨스의대 케네디크리거연구소 휴고 모저박사는 ´초파리를 ALD 모델로 사용한 것은 획기적인 것´이라며 ´이에따라 로렌조오일이 혈관에서 뇌로 쉽게 들어가도록 만들어 ALD를 치료하는 연구가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민박사는 한양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학위(87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93년)를 취득한 뒤 현재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민박사는 ´美 국립보건원(NIH)과 시카고大, 워싱턴大 의대 등에서 교수직 제의를 받고 있어 내년 봄께 자리를 옮길 생각´이라며 ´앞으로 동물모델을 이용해 퇴행성 신경질환을 연구하고 치료법 개발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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