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사무국, 마이너리거에게 '재난 기본소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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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이 끊긴 야구 선수들을 위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재난 기본소득' 형태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범경기가 취소된 애리조나 캐멀백 랜치 야구장.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시범경기가 취소된 애리조나 캐멀백 랜치 야구장. [연합뉴스]

MLB 사무국은 20일(한국시각) "스프링캠프 수당을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일시금 형태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야구가 중단됨에 따라, 생계를 위협 받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무국이 현금을 나눠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 야구 선수들은 정규시즌이 시작돼야 연봉을 지급 받는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경우 2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스프링캠프(시범경기 포함) 기간에는 수당 정도만 받는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일주일에 최대 400달러(약 50만원)의 수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MLB 사무국이 이 금액을 주기로 한 것이다.

현재 미국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의 캠프 시설이 모두 폐쇄됐다. 시범경기가 중단됐고, 메이저리그 개막(3월 26일)과 마이너리그 개막(4월 9일)을 5월 중순 이후로 연기했다. 큰 돈을 받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별 문제가 없겠지만, 순식간에 소득이 끊긴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문제다.

지난 15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 따르면, 오클랜드의 마이너리그 우완 투수 피터 베이어는 시범경기 취소가 발표되자마자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에 "마이너리거들의 연봉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난 오늘 음식 배달을 시작했다"며 "3시간 동안 62달러(7만5000원)을 받는다. 돈을 벌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라고 썼다. 베이어뿐 아니라 상당수의 마이너리거들이 야구를 멈추고 단기 일자리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훈련 시설도 폐쇄되어 선수와 야구장 종업원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연합뉴스]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훈련 시설도 폐쇄되어 선수와 야구장 종업원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연합뉴스]

결국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MLB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야구장 종사자들을 돕기 위해 100만 달러(12억원)씩을 내놓기로 했다. 그 다음 단계로 마이너리거들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로는 4월 9일까지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지만,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MLB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경기 일정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티켓 판매, 중계권료, 스폰서 수입 등이 모두 줄어든다. "호황을 누렸던 MLB 구단도 감원을 고려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심지어 오는 6월 예정된 신인 1차 드래프트를 취소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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