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는 외교의 승리? "Fed '위기 매뉴얼' 의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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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한국은행(BOK) 등 9개 나라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swap) 거래를 재개했다. 이제는 통화스와프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는 게 아니라 Fed의 일상적인 위기대응 매뉴얼(playbook)의 일부다.

한국 등 9개 나라와 최대 600억 한도 계약 #유로존과 일본 등과는 사실상 상설 계약 상태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차례로 맺어 #이제는 Fed의 위기대응 매뉴얼(playbook)

Fed는 “호주와 브라질, 덴마크, 한국, 멕시코, 노르웨이, 뉴질랜드, 싱가포르, 스웨덴 중앙은행과 ‘일시적인 달러 유동성 공급 계약(통화스와프)’을 맺었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적어도’ 6개월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취임 이후 첫 위기를 맞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취임 이후 첫 위기를 맞고 있다.

통화스와프에도 등급이 있다

이날 발표한 계약 내용을 보면 통화스와프에도 등급이 있다. Fed는 성명서에서 “호주와 브라질, 한국, 멕시코, 싱가포르, 스웨덴과는 각 600억 달러 한도 안에서 스와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반면 덴마크와 뉴질랜드, 노르웨이와는 맺은 스와프의 한도는  300억 달러씩이다.

표면적으론 통화스와프 거래는 대등하다. 상대 통화자금이 필요할 경우 자국 통화 자금을 맡기고 빌려오는 계약이다. 하지만 위기 순간 글로벌 시장에서 ‘기축통화’인 달러 갈증이 심해진다. 그 바람에 Fed와 맺은 계약은 사실상 ‘달러 급전’을 빌리는 계약이다.

Fed는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진 2007년 12월 이후 미국과의 교역 규모, 상대국의 국내총생산(GDP), 상대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을 고려해 13개 나라 정도를 선정해 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이날 Fed가 600억 달러 한도 계약을 맺은 한국 등 6개 나라는 일종의 ‘2군(Tier 2)’이다. 300억 달러 한도 대상인 뉴질랜드 등은 '3군(Tier 3)'으로 분류할 수 있다.  Fed는 서방 빅4 중앙은행과는 사실상 상설 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스위스중앙은행, 캐나다은행(BOC) 등과는 2007~2008년 사이에 맺은 스와프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사실상 '1군(Tier 1)'이다.

달러가치 급등은 Fed 시장안정을 방해한다

최근 달러 가치가 급등하는 바람에 미국 단기자금 시장에 돈가뭄이 발생했다.

최근 달러 가치가 급등하는 바람에 미국 단기자금 시장에 돈가뭄이 발생했다.

Fed와 스와프 계약은 미국의 시혜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기 순간 안전자산에 대한 갈증 탓에 달러 가치가 급등한다”며 “요즘 달러 급등 때문에 미국 도매금융 시장의 신용경색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Fed가 벌이는 통화정책이 달러 급등 탓에 먹히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게다가 경제분석회사인 IHS마킷 다리먼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Fed가 2008년 마련된 위기대응 매뉴얼대로 조만간 한국 등과 통화스와프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통화스와프가 일부 한국 관료들이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외교의 승리라기보다는 이미 세팅된 대응인 셈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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