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사장 한숨 "적자에 휴업 고민…구청이 준건 소독제2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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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3시 인천시 부평구의 한 헬스장. 건물 5층 헬스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직원이 체온 측정을 요청했다. 이 헬스장은 체온을 쟀을 때  섭씨 37.5도 이상이면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안으로 들어서자 마스크를 착용한 트레이너가 운동을 지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용객 중 2명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1명은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마스크 착용 후 운동할 것을 권고하지만,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은 마스크 착용 시 호흡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예외로 둔다고 한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의 한 노래방 입구에는 코로나19 예방수칙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주인은 손님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문 손잡이를 소독한다고 했다. 편광현 기자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의 한 노래방 입구에는 코로나19 예방수칙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주인은 손님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문 손잡이를 소독한다고 했다. 편광현 기자

한 이용객이 운동을 마치자 트레이너가 달려와 운동기구에 스프레이를 분사했다. 최근 운동 기구 소독을 위해 준비한 소독용 스프레이다. 헬스장 관계자는 “사람이 모이는 만큼 대비를 하고 있지만, 방역 등의 지원은 따로 이뤄진 적 없었다”라고 말했다.

“헬스장·노래방 등 집중적으로 관리할 것”

지난 12일 보건당국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업장 집중관리지침을 발표했다. 최근 닫힌 공간의 밀집된 환경에서 코로나19가 집단 발생한 것에 따른 조치다. 앞서 서울시 동대문구 한 PC방과 관련된 27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경남 창녕군에서도 동전 노래방과 연관된 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관리 대상은 노래방·PC방·스포츠센터·학원 등 이용객이 밀집된 다중이용시설이다. 지침에는 ▶방문객 체온 확인 ▶직원들 간격 1m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 ▶손 세정제 충분히 비치▶주기적 소독·환기 실시▶감염관리 책임자 지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 복도에 소독분무기가 놓여 있었다. 편광현 기자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 복도에 소독분무기가 놓여 있었다. 편광현 기자

각 지자체도 다중이용시설 관리에 나섰다. 경기도는 18일 PC방·노래방 등 도내 다중이용시설 1만5000여곳에 밀접이용 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조치는 각급 학교가 개학하는 다음 달 6일까지 지속한다. 서울시는 밀접접촉 위험이 있는 다중이용시설 집중관리를 위해 17일부터 제보를 받고 있다. 제보된 사업장을 점검한 뒤 고위험 사업장은 환경개선을 위한 조치를 할 방침이다.

“지침 왔으나, 실질적 지원 없어 곤란”

이에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은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주기적으로 소독하는 등 대처에 나섰다. 그러나 업주들은 손님이 줄어 영업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없으면 지침대로 영업하는 데 지장이 있다고 호소한다.

17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한 입시학원에는 손 소독제, 미국에서 주문한 살균 소독수와 대형 분무기가 비치돼 있었다. 이 학원은 정규수업은 중단하고 희망자에 한해 소규모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구청에서 손 소독제 2개만 제공해 나머진 용품은 직접 구매했다”면서 “마스크도 구입해 마스크를 하고 오지 않은 학생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텅 빈 PC방 모습 [중앙포토]

텅 빈 PC방 모습 [중앙포토]

서울시 마포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임모(48·여)씨도 “구청에서 손 소독제 2개와 다량의 포스터만 주고 갔다”면서 “마이크와 손잡이를 닦고 마이크 커버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골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문을 열지만, 적자가 계속돼 휴업을 고민 중”이라며 “국가재난이라 하소연할 곳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PC방 업주들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권고사항인 ‘이용자 간 최대한 간격 유지’ 등에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 18일 “PC방의 경우 손님들을 한 칸씩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영업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PC 문화협회 관계자는 “PC방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예방조치를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라며 “지자체 등에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침대로 영업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심석용·편광현 기자 shim.seokyo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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