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하준 "IMF때보다 심각 준전시, 돈 풀어도 안통할 이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중앙포토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중앙포토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는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세계적 경제위기를 “준전시 상황”으로 규정하면서 “1998년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다.

장 교수는 이번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거의 무한대로 돈을 푼 양적팽창의 후유증이 ‘코로나19’라는 뇌관에 의해 터졌다며 “옛날처럼 돈을 풀어서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금 지급 방안은 잘못된 처방이라고 봤다. “트럼프가 1000불씩 나눠주겠다, 쇼핑 쿠폰 보내겠다고 하지만 나가서 쓸 수가 없다”면서다. 그는 “돈을 주면 어느 정도는 쓰겠지만 (미국이) 한국같이 택배가 잘돼 있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현금 지급보다는 세금감면 등의 방식과 국채발행을 통한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악 타이밍에 코로나 뇌관 터져 

4일 오전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응급실 앞에서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특수임무대 도로건물방역팀이 중형 제독기를 이용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4일 오전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응급실 앞에서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특수임무대 도로건물방역팀이 중형 제독기를 이용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장 교수는 이번 위기가 코로나19 한 가지로 빚어진 일이 아니라며 “2008년 국제 금융 위기를 잘못 처리해 문제가 더 커졌다”며 “코로나는 뇌관이고 밑에 쌓여 있는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제도 같은 개혁은 제대로 안 하고 자본주의 역사상 없는 저금리에다가 무슨 양적 팽창이니 이런 식으로 해서 돈을 막 풀었다”면서 “그게 금융 기관에만 가고 실물 경제에는 잘 돌아오지 않았고 금융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가 뇌관을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옛날처럼 돈 풀어서도 해결이 안 된다”며 “돈을 풀어도 나가서 사람들이 쓸 수도 없다. 유례없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평가했다.

IMF보다 더 심각…증시바닥 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따라 세계 증시가 폭락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따라 세계 증시가 폭락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장 교수는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고 봤다. 그는 “1998년 IMF 때 집값이 3분의 1토막까지 났다. 전체적인 실물 경기가 추락했는데 그때보다 더할 수도 있다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미국 기업 부문을 중심으로 부채가 엄청 많이 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 금융시장 교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상황에서, 최악의 타이밍에 이것이(코로나19) 터졌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주식 시장이 10년 전으로 돌아갔지만, 아직 바닥이 아니라며 “더 밑으로 갈 것이다” 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연준위에서 이자율을 거의 제로로 내린다. 몇조 달러를 푼다고 해도 2시간 지나면 주식시장이 다시 떨어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회의 결과를 브리핑한 뒤 질문할 기자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회의 결과를 브리핑한 뒤 질문할 기자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AP=연합뉴스

장 교수는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 3개월 지나면 괜찮지 않겠냐는데 저는 그렇게 안 본다”며 “아무리 V자로 회복이 된다고 할지라도 미국, 영국 등의 국가에서 병이 잡히려면 최소한 연말까지는 가야 (회복세를 보일까 말까다), 그다음에도 V자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난기본소득? 세금 감면이 현실적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회의 개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회의 개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장 교수는 국내 정치권 논쟁거리인 ‘재난기본소득’처럼 국민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것보다는 간접지원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을 도와주려면 기본 생활에 필요한 비용들, 집세, 전기값, 수도값, 세금감면 등을 감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기업들이 사정이 안 좋아서 해고해야 할 인원들을 데리고 있으면 그 임금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서 보조해줄 수 있다”며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이 총 노동 인구 한 25%로 유럽(15%), 미국(7% 미만)보다 엄청 높기에 자영업자 대책이 굉장히 시급하다”며 “(국민들, 자영업자들에게) 세금이 됐건 기본적인 공과금이 됐건 그런 걸 깎아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고 강조했다.

“국채 발행 통해서 자금 충당하면 국가 채무 비율 올라가고 재정 건전성 타격 입을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장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 재정은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게 건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채 비율이 국민 소득 대비 40%를 좀 넘다. 유럽 대여섯 개 나라, 40% 안 되는 나라 빼고는 우리나라 제일 낮다”며“지금은 거의 준전시(상황)이다. 재정 적자 좀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며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