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와 동거하는 30~40대’ 많은 국가서 코로나↑…伊 피해 큰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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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마스크를 쓴 한 노인이 골목을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마스크를 쓴 한 노인이 골목을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노부모와 동거하는 30~40대 자녀의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더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본대학 경제학 교수인 모리츠 쿤과 크리스티안 바이엘이 세계보건기구(WHO)나 각국 정부가 발표한 확진자ㆍ사망자 수 및 세대별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라고 1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이 전했다.

伊 확진자, 3명 중 2명 60세 이상 #독일은 10명 중 1명이 노인 #일하는 자녀로부터 바이러스 노출 #"가족으로부터 노인 역할 제한해야" # # #

연구진은 유럽 내에서 이탈리아의 고령 확진자 비율이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봤다. 북유럽과 달리 이탈리아에선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문화가 유독 강하기 때문이다. 직장 등 사회활동이 왕성한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다는 것이다.

독일 연방인구연구소(BiB)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 3명 중 2명은 60세 이상 노인이다. 그런데 독일의 경우 그 비율이 10명 중 1명으로 훨씬 적다.

쿤 교수 등은 이탈리아 AGI통신에 “노인은 젊은이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을수록 신종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며 “3대가 함께 사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과 달리 북유럽에선 자녀들이 독립적이고 노인들도 실버센터 위주로 동년배 간 교류를 주로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 피해가 가장 많은 국가다. 두 나라에선 노인들이 가정 내에서 손자들을 돌보는 경우도 흔하다. 18일 현재 이탈리아의 확진자는 3만5713명(사망자 2978명), 스페인의 확진자는 1만3716명(사망자 598명)에 이른다.

지난 1일 이탈리아 북서부 리구리아주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이날 사망한 86세 여성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 이탈리아 북서부 리구리아주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이날 사망한 86세 여성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고령 환자 증가는 치사율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 치사율(16일 현재)은 약 7%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세계 평균은 3.4% 수준이다. 유럽 내에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등이 0%대 치사율을 보이는 것과도 대조된다.

연구진은 “이번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도 백신이 없기 때문에 2차 파동이 올 가능성이 크다”며 “충격을 줄이기 위해 가족으로부터 노인의 역할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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