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의 소통 능력이 걱정된다.”
영국 투자자문사인 옥스퍼드메트리카 로리 나이트 회장의 말이다.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다. 그는 전설적인 투자자인 존 템플턴이 남긴 기금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각종 기금과 큰손에 조언하는 그가 나날이 추락하는 현재 시장에 대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로리 나이트 영국 옥스퍼드메트리카 회장 #투자전설 존 템플턴 기금 운용전략 책임자 #코로나 사태 초기에 시장에 분명한 시그널 주지 못했다. #Fed 금리인하는 '당황해 허둥대는 모습'으로 시장에 비쳤다. #지금은 포트폴리오 내 주식가치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과 게임 종목을 사들이면 좋다.
- 주식 등 자산가격이 너무 내려간다.
- “글로벌 시장이 깊이를 재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개별 기업과 개인에게 어느 정도 상처를 남길지 측정(fathom)하지 못한다.”
- 현재 상황이 2007년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비슷하다.
- “그때 서브프라임이 각종 구조화 증권에 뒤섞여 있어, 시장이 피해 규모를 가늠하지 못했다. 피해 규모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이 서브프라임 사태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은 리스크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가격에 반영하지 못할 때 패닉에 빠지곤 한다.”
“코로나 사태는 현재 경제정책 담당자들에게 낯선 사건이다”
- 왜 시장이 코로나 피해를 가늠하지 못할까.
- “누구나 다 알듯이, 현대 기업은 본사는 서울이나 뉴욕에 두고 있으면서 생산기지는 중국과 베트남, 심지어 아프리카 등에 두고 있다. 이동 스피드가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그 스피드를 뚝 떨어뜨렸다. 기업의 순이익이 줄 수밖에 없다.”
- 시장 참여자들이 순이익 감소 폭을 적절하게 반영해 가격에 반영하면 되는 것 아닌가.
- “전염병 사태는 현재 시장 참여자들에게 아주 낯선 사건이다. 2차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은 국경이 폐쇄되는 정도 전염병을 거의 겪지 않았다."
경제 역사를 보면 전염병이나 홍수, 흉년 등 경제외적인 변수는 ‘1825년 패닉’ 이후 주가 추락이나 경제 위기의 핵심 변수에서 밀려났다. 그해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위기는 금융과 생산 과잉 등 경제 내적인 변수에 의해 사상 처음으로 촉발됐다.
- 그래서인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네 번째 양적 완화(QE)를 했는데, 주가 하락이 멈추지 않았다.
- “전염병 사태와 같은 일에 통화정책은 시장의 믿음을 유지하는 데 그친다.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사태 초기에 시장에 분명한 시그널을 주는 데 실패했다.”
- 무슨 말인가.
-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중앙은행 경험이 없는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자리에 앉았다. 마침 영란은행(BOE)의 수장이 교체됐다. 앤드루 베일리가 이번 주 월요일 임기를 시작했다. 라가르드 등은 사태 초기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시그널을 보여줘야 했다.”
“중앙은행 총재들이 사태 초기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주지 못했다”
- 파월과 라가르드 등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 “각국의 재정확대를 주문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주로 말했다. 다급한 상황에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그 바람에 Fed 파월의 금리인하가 시장 참여자의 눈에 ‘다급해서 허둥대며 내놓은 조치’로 비쳤다. 현재 중앙은행 총재들의 소통 능력이 염려된다.”
- 이제 요즘 같은 시장에서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가 궁금하다.
“투자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투자금액 기준 60%가 주식이고, 40%가 현금이라고 가정하자. 요즘 주가가 추락해 포트폴리오의 주식가치 비중이 60%를 훨씬 밑돈다. 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 경은 이럴 때 현금을 이용해 주식가치 비중을 60%로 늘렸다. 주가가 저렴해진 틈을 이용하는 전략이다. 요즘 시기에 아주 적절하다.”
- 어떤 종목을 사야 할까.
- “헬스케어를 우선 추천한다. 온라인 교육과 게임 종목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면 좋다. 항공사 주식은 절대 사지 말아야 할 종목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