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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폭리? 장당 21원 손해” 약국 세금 장당 176원 빼주나

중앙일보

입력

서울 광화문역 인근 한 약국 앞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역 인근 한 약국 앞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마스크 대란이 정부의 개입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스크 5부제까지 등장했지만, 약국에서 마스크 사기가 너무 어렵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공적마스크 유통을 담당하는 지오영과 백제약품 등에 대한 특혜 논란과 함께 일선 약국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지오영 등 하루 마진 최소 약 2억8000만원"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3일 마스크 공적판매와 관련해 인천광역시 계양구 소재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을 방문, 관계자로부터 물류센터 설명을 들으며 시찰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3일 마스크 공적판매와 관련해 인천광역시 계양구 소재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을 방문, 관계자로부터 물류센터 설명을 들으며 시찰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공적마스크 유통을 담당하는 지오영과 백제약품 등 의약품 유통업체가 지난달 27일~지난 10일까지 13일간 최소 37억원 이상(하루당 약 2억8000만원)의 마진을 챙겼다고 11일 주장했다.

이 기간 식약처가 전국 약국에 공급한 공적 마스크는 총 3738만5000장. 조달청이 마스크 생산업체에서 장당 1000원에 넘겨받아 전국 약국에 1100원에 파는데 100원의 마진을 남겼다고 가정했을 때 수치다.

지오영은 다른 13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국 약국 2만818개에 대한 유통망의 75.5%(1만7236개ㆍ나머지 25.4%는 백제약품)를 책임진다. 이에 따라 지오영은 최소 약 28억2257만원, 백제약품은 약 9억 1393만원을 챙겼다는 논리다. 매입 단가가 900원(마진 200원)이라면 추정 수익은 2배로 늘어난다.

지오영 "마진 계산할 겨를도 없어" 

국방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생산 6개 민간 업체에 장병 72명과 배송 차량을 지원했다고 1일 밝혔다. 국방부는 "오늘 군 장병 72명과 차량 2대를 지원해 생산업체의 마스크 포장부터 직접 배송까지 맡는다"고 했다. 뉴스1

국방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생산 6개 민간 업체에 장병 72명과 배송 차량을 지원했다고 1일 밝혔다. 국방부는 "오늘 군 장병 72명과 차량 2대를 지원해 생산업체의 마스크 포장부터 직접 배송까지 맡는다"고 했다. 뉴스1

반면 정부와 약국 측은 실상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오영에 따르면, 생산공장 측은 물류창고에서 마스크를 포장해 지오영 등에 박스 단위로 공급한다.

지오영 등은 약국별 배송 수량에 맞춰 밤새 분류 및 재포장 작업을 한다. 이후 지오영과 컨소시엄 업체들이 각각 약국에 배송한다. 밤샘 작업에 따른 인건비와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100~200원의 마진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지오영 측은 ”조달청이 밝힌 매입 단가 900~1000원은 평균이고 그 외에 더 높은 가격대로 공급하는 업체도 있다”며 “마진이 얼마나 남는지 내부적으로 계산할 여력도 없이 공급에만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매일 인력이 얼마나 투입되는지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상태”라며 “컨소시엄 참여 업체가 많다 보니 배송시간과 장소도 각각 다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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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마스크 1장당 21원 손해”  

12일 철산2동 주민센터에서 복무 중인 사회복무요원이 경기도 광명시 한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 판매를 돕고 있다. 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을 약국 공적 마스크 판매 보조요원으로 지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철산2동 주민센터에서 복무 중인 사회복무요원이 경기도 광명시 한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 판매를 돕고 있다. 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을 약국 공적 마스크 판매 보조요원으로 지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선 약국도 폭리 의혹을 받는다. 공적마스크를 1100원에 납품받아 1500원에 판매하는 것은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류영진 전 식약처장은 “약국에서 공적마스크를 판매하면 장당 (400원이 아니라) 189원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공적마스크 한장 가격인 1500원에는 부가세(10%, 장당 36원), 소득세 및 주민세(평균 38.5% 가정, 장당 140원), 카드수수료(평균 2.3%, 장당 35원)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공적마스크 매입차액인 400원에는 이런 비용 211원이 포함돼 결국 장당 189원만 남는다. 한 약국에서 하루에 공적마스크 200장을 판매할 경우 순수 소득은 3만7800원인 셈이다.

공적마스크 판매가격 구조. 사진 류영진 전 식약처장

공적마스크 판매가격 구조. 사진 류영진 전 식약처장

하지만 여기엔 공적마스크 판매에 따라 약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입는 피해는 반영되지 않았다. 약사들은 벌크 형태로 입고된 마스크를 일일이 2매씩 소분한다. 여기에 드는 시간과 인건비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고 한다.

온종일 끊이지 않는 마스크 입고시간 문의나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들의 ‘욕받이’가 되는 상황은 약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또 약을 처방받기 위해 약국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대한약사회가 이런 기회비용까지 고려해 내부적으로 추산한 결과 약국이 공적마스크를 판매할 경우 오히려 1장당 21원씩 손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마다 상황은 다 다르지만,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중간값으로 했을 때의 수치다.

민주, 면세 추진…정부는 신중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안심마스크 특별제작 협약식'에서 필터교체형 면 마스크 시제품을 착용하고 있다.민주당 국난극복위 마스크대책TF(팀장 박홍근 의원)는 면 마스크에 필터를 부착했을 경우 'KF94' 등 일회용 마스크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일각의 실험 결과에 착안해 마스크 부족 현상의 대안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안심마스크 특별제작 협약식'에서 필터교체형 면 마스크 시제품을 착용하고 있다.민주당 국난극복위 마스크대책TF(팀장 박홍근 의원)는 면 마스크에 필터를 부착했을 경우 'KF94' 등 일회용 마스크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일각의 실험 결과에 착안해 마스크 부족 현상의 대안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공적마스크에 대해 부가세와 소득세 등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의 마스크대책 TF 팀장인 박홍근 의원은 “약사들이 고생하며 공공의 역할을 하는 데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 필요하다”며 “기획재정부에 비과세를 연일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은 정책을 실시할 단계는 아니고 마스크 판매가 끝나면 정산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실질적 효과가 작고 특혜 논란이 벌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형평성 문제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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