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의 미국 경제 발전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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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호 21면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앨런 그린스펀·
에이드리언 올드리지 지음
김태훈 옮김, 장경덕 감수
세종서적

세계 경제가 ‘코로나 위기’ 폭풍에 휘말렸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검은 월요일’(9일)과 ‘검은 목요일’(12일)에 이어 13일 한국 증시는 녹아내렸다. 금융시장이 휘청대며 가장 성공한 경제 체제인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았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위기에 대한 응전의 동의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이른바 ‘대(大)안정기’를 이끌며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이 펼쳐낸 미국 자본주의 역사를 봐도 그렇다.

그린스펀은 영국의 식민지로 세계 변방에 있던 미국이 250년 만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가량을 창출하는 패권국이 된 원동력을 파헤친다. 핵심 키워드는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제안한 개념인 ‘창조적 파괴’다. 끊임없는 산업재편 과정을 부르는 창조적 파괴에는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잘 나가던 기업이 파산하는 등 필연적으로 비용이 수반되는데, 이런 비용에 대한 미국 사회의 관용이 자본주의의 성공을 이끈 열쇠였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은 창조적 파괴로 인한 비용 지불 없이 혜택만 누릴 수 있다며 기득권을 공격하는 포퓰리즘 등 정치체제의 근시안적 압력에서 자유로웠던 덕에 경제를 보호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여 왔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자본주의 발전사를 개괄적으로 그려낸 책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본주의의 산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이르게 됐는지 알게 된다. 그린스펀은 대공황을 극복한 뉴딜 정책이 오히려 ‘루스벨트 불경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서 자신이 펼친 느슨한 통화정책이 세계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그린스펀의 에두른 변명도 만날 수 있는 것도 망외의 소득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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