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팬데믹 선언날, 뉴욕증시 '11년 강세장' 종지부 찍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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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급여세 감면과 시간제 근로자 및 항공·숙박·크루즈 업계 지원 등을 비롯한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급여세 감면과 시간제 근로자 및 항공·숙박·크루즈 업계 지원 등을 비롯한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AFP=연합뉴스]

뉴욕증시가 지난 11년간 지속된 강세장(불마켓·bull market)에 종지부를 찍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한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이 미 의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NYT "코로나19 우려에 다우 11년만에 약세장 진입" #다우 2월 12일 고점 대비 20% 폭락, 강세장 종료 #WHO 신종플루(H1N1) 이후 11년만에 팬데믹 선언 #"트럼프 파격 '급여세 면제' 미 의회 산 넘기 어려워"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64.94포인트(5.85%) 급락한 2만3553.22에 거래를 마쳤다.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도 140.84포인트(4.89%) 밀린 2741.38을 기록했다.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392.20포인트(4.70%) 하락한 7952.05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 1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2만9551.42)에서 20% 이상 폭락했다. 최근 다우지수가 고점 대비 10~20% 떨어진 선에서 오르락내리락했지만 ‘20% 문턱’을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약세장에 들어간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일제히 “다우의 강세장이 공식적으로 종료됐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WHO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세계적으로 12만명을 넘기고서야 최고 경보단계를 발령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WHO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세계적으로 12만명을 넘기고서야 최고 경보단계를 발령했다. [AFP=연합뉴스]

WHO는 이날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의 발병이 처음 보고된 지 71일 만이다. 테워드로스아드하놈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코로나19의 놀라운 수준의 확산과 심각성, 그리고 무대응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특징될 수 있다는 평가를 했다”고 말했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2009년 1만4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H1N1)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코로나19는 전 세계 110여 개국에서 12만명 이상의 감염자와 43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았다.

코로나19에 대해 WHO는 지난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난달 28일 글로벌 위험도를 최고 단계인 ‘매우 높음’으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팬데믹 선언에 대해서만은 신중을 기해왔다. 팬데믹 선포가 불필요한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였다.

뉴욕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가파른 반등을 시작하면서 지난해까지 11년간 강세장을 유지하다가 이날 약세장으로 돌아섰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가파른 반등을 시작하면서 지난해까지 11년간 강세장을 유지하다가 이날 약세장으로 돌아섰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부양책 발표를 미루면서 투자자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급여세(임금징수세·payroll tax) 인하 등의 조치를 의회와 협의하기로 했다며, 발표할 내용이 ‘극적 조치’이자 ‘중대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같은 날 미 경제매체 CNBC는 “트럼프가 미 의회를 찾아 공화당 의원들에게 연말까지 급여세율을 0% 낮추는 파격적인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급여세 면제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미 정치권은 호텔·항공 등 타격을 입고 있는 분야에만 특정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의 입장이다. WSJ는 “미 의회는 이미 트럼프의 급여세 면제 구상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이제 투자자의 관심은 트럼프의 다음 대책 발표에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오후 9시(한국 시각으로 12일 오전 10시) 코로나19 대책 관련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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