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에크모 써보긴 하고 설명하나" 코로나 전문가 난무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를 인공호흡기랑 헷갈리는 것처럼 답변한다. 의사가 아닌 비전문가가 왜 경험해보지도 않은 것을 피상적으로 말하느냐. 부적절하다.”

“전문성 없는 발언으로 의료계 우려 사”

최근 대한의사협회로 회원들의 이런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TV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문가로 소개된 이들 가운데 일부가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데 왜 바로잡지 않느냐는 것이다.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의협은 11일 “최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공중파를 비롯한 종합편성채널(종편) 등 방송사들이 관련 방송 편성을 확대하면서 의료와 연관이 없는 인사가 출연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발언을 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런 내용을 담아 방송사로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음압텐트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음압텐트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의협에 따르면 최근 방송에 잇따라 출연하는 한 약대 교수는 중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장비인 에크모를 설명하면서 인공호흡기와 혼동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사가 아니면 에크모를 다뤄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를 접하지 않은 사람이 나와서 환자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말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의사들이 보기에 전혀 동의하기 어려운 인사들이 방송에 출연해 방역대책은 물론이고 코로나19 임상증상이나 중환자 치료방법까지 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초 과학 분야의 전문가가 방송에 나와서 마치 의사처럼 질의에 답하기도 한다. 바이러스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수준의 발언을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일부 방송에선 시사 평론가가 출연해 전문가처럼 코로나 사태를 진단하기도 한다. 의협 관계자는 “통상 시사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평론가를 초대해 놓고 보건당국 브리핑이 끝나면 향후 전망 등에 관해 묻는다”며 방송 행태를 경계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는 엄중한 상황이다. 전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 전달이 중요하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방송이라면 가급적 실제 환자를 보면서 의료경험이 있는, 의학지식이 있는 전문가가 출연하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3일 대전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의심환자의 감염검사를 하는 등 비상 근무를 서고 있다.김성태/2020.03.03.

3일 대전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의심환자의 감염검사를 하는 등 비상 근무를 서고 있다.김성태/2020.03.03.

의협은 특정 제품을 복용하면 면역력 증가로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며 영양제를 추천하는 등 일부 유튜버들의 과학적 근거 없는 발언도 문제로 꼽았다.

의협 관계자는 “면역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객관적인 수치로 평가할 수 없다. 면역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나 식품이 있을 수 있지만, 코로나를 특별히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든지 하는 것은 상술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근거가 불명확한 식품이나 영양제보다는 기본적 위생수칙을 지키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등 상식적 수준의 건강한 생활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