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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의회 달려가 ‘360조 수퍼 감세’ 매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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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의회를 직접 찾아 급여세 인하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책을 논의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의회를 직접 찾아 급여세 인하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책을 논의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피해를 줄이려는 전 세계 정부의 총력전이 가열되고 있다.

세계 “코로나 발 경제 피해 줄이자” #영국 정책금리 0.5%P 전격 인하 #EU 34조 기금, 일본도 18조 투입 #부양책에도 아시아 증시 또 하락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급여세(payroll tax·근로소득세) 제로(0)’ 카드를 들고 나왔다.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 의원들과 만나 인하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협의했다. 예상 세금 감면액은 3000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 돈으로 360조원에 달하는 ‘수퍼 감세안’이다. 코로나19 대처 용도로 미 행정부가 편성한 83억 달러 긴급 예산안과는 별도다. 미국 내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레이스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프랑스에 독일까지 코로나19가 빠르게 번지면서 유럽연합(EU)도 다급해졌다. EU 행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대응 차원의 250억 유로(약 34조원) 규모 기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금은 보건·의료 체계 지원, 중소기업 자금 공급, 노동시장 충격 완화 등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코로나19 대응 목적의 유동성 완화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코로나19 충격에 각국 재정 총력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충격에 각국 재정 총력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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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EU 회원국 차원에서도 긴급 지원책이 쏟아지는 중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11일 정책금리를 연 0.75%에서 0.25%로 0.5%포인트 ‘깜짝’ 인하했다.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차원의 예산안을 발표하기 바로 몇 시간 전에 내놓은 긴급 조치다.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그랬던 것처럼 정례회의가 아닌 긴급회의를 거쳐 BOE는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Fed처럼 BOE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단행한 긴급 금리 인하다. 독일은 124억 유로(약 17조원), 이탈리아는 75억 유로(10조원) 재정 대책을 내놨다. 부족한 병상, 방역 시설을 확충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하는 대책이 주를 이룬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주요국의 행보도 빨라졌다. 중국은 5G 통신망 구축,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국 차원 경기 부양책인 ‘신(新) 인프라’ 투자를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1조6000억 엔(약 18조원) 규모 금융안정지원대책을 시행한다.

전 세계에서 부양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의 ‘급여세 제로’ 대책 공개로 10일 뉴욕 증시가 반등하긴 했지만 그 효과는 길지 않았다. 11일 일본 닛케이225(-2.27%), 중국 상하이 종합(-0.94%), 홍콩 항셍(-0.63%) 등 아시아 주식시장은 다시 얼어붙었다.

이는 각국 정부의 통화·재정·세금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 때문이다. 막대한 감세·예산 대책이 ▶정치적 변수를 극복하고 무사히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각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만 악화시키는 건 아닌지 ▶돈만 쓰고 경기 침체를 막지 못한 2008년 금융위기 때의 경험을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를 둘러싼 불안감이 시장에 자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급여세 면제안만 해도 벌써 민주당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조현숙·배정원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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