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람 사전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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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람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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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보다 큰 수. 1과 1의 합계는 2에 불과하지만, 1과 1의 함께는 3이 될 수도 있고 10이 될 수도 있다. 합계는 수학이지만 함께는 인문학이다. 〈사람사전〉은 ‘함께’라는 단어의 뜻을 이렇게 풀고 있다. ‘함께’가 ‘합계’보다 힘이 세다는 얘기다. 연대의 힘, 공존의 힘, 포옹의 힘을 일컫는다.

지금 우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괴물 같은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을 삼키며 확산되고 있다. 매일 공포가 생중계된다. 가짜뉴스가 발에 차인다. 차별과 배제와 혐오가 난사된다. 마스크는 우리 표정마저 앗아가 버렸다. 절망에 실망이 더해지며 점점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러나 절망이 깊을수록, 실망이 진할수록 ‘함께’라는 단어는 더 뜨거운 기운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는 우리를 붙잡고 말한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자, 내 손을 잡아. 손에서 손으로 따뜻한 체온이 건너온다. 울컥 힘이 솟는다.

‘함께’는 ‘울컥’을 낳는다. 우리는 병원 문 닫고 대구로 달려가는 의료인 행렬에 울컥한다. 마스크에 눌려 헐어버린 간호장교의 콧등에 울컥한다. 가게 임대료를 스스로 인하하는 사람들에 울컥한다.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 보내는 해외언론의 찬사에 울컥한다. 다음 울컥은 무엇일까. 이 어려움을 끝내 이겨내고 서로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우리 자신의 모습에 울컥하지 않을까.

이 전쟁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다. 상처만 보고 끝내는 건 너무 슬프다. 희망도 함께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 곁에 아직 ‘함께’가 살고 있다는 희망. 책에 적힌 인문학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따뜻한 인문학을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정철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