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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새해 명절 ‘누루즈’ 앞두고 코로나 확산 초긴장 … 하메네이 연설 취소

중앙일보

입력

이란이 이달 20일(현지시간) 새해 명절 ‘누루즈(Nowruz)’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해서다. 이란력(曆)으로 이날은 새해 첫날이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귀향하거나 여행을 떠나는 등 이동이 활발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로 인해 명절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을 전망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매년 해오던 신년 연설을 이례적으로 취소했다. 이란 당국은 국민에게 귀향·여행 등 이동 자제를 촉구했다. 9일 기준 이란의 신종 코로나 사망자는 237명, 확진자는 7161명에 달한다.

지난 9일 이란 테헤란에서 보건 관계자가 거리를 소독하고 있다.[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9일 이란 테헤란에서 보건 관계자가 거리를 소독하고 있다.[신화통신=연합뉴스]

하메네이, 신년 연설도 이례적 취소 

9일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TV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이달 20일 예정된 신년 연설을 취소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실은 9일 성명을 통해 “보건 전문가들이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건 피해야 한다고 엄격히 권고했다. 이 의견을 수렴해 신년 연설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P=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P=연합뉴스]

하메네이는 매년 새해 명절이 되면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이란 동북부 마슈하드에서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는 대중 연설을 해왔다. 이란 최고지도자실은 하메네이가 이번엔 마슈하드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당국은 이란 국민에게 신년 여행과 귀향 등 이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고 독일 dpa통신이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누루즈에는 이란인 수백만 명이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모범수 7만명 대규모 일시 출소  

신년 명절과 신종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이란에선 모범수 7만명이 일시 출소한다고 프레스TV가 9일 보도했다. 아야톨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사법부 수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회 치안과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모범수 7만명에 대해 일시 출소 조처할 것이다”며 “당뇨·천식, 심장 질환 등의 기저 질환을 앓는 수감자가 우선 석방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란 사법부는 매년 모범수가 신년 명절을 가족과 보낼 수 있도록 일시 출소를 허가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집단 감염을 우려해 출소 대상자가 많아졌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란 교도소 안에서도 신종 코로나가 번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이란 당국은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바이러스 죽이겠다” 알코올 마셔 사망 잇따라    

이란에선 알코올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알코올을 마셔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9일 블룸버그 통신이 이란 파스통신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이란인들이 지난 9일 테헤란에서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인들이 지난 9일 테헤란에서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에서 신종 코로나를 없애겠다며 공업용 알코올을 마신 주민 14명이 숨졌다. 수도 테헤란과 알보르즈주 등에서도 이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후제스탄주에서는 알코올을 마신 200여명이 치료 중이라고 전해진다. 이란에선 요즘 알코올을 마셔 병원에 실려 오는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진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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