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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의 일기]“평화 피어나는 봄의 향연을 기다리며….”

중앙일보

입력

3월 9일
일요일인 어제는 모처럼 낮에 여유를 부리며 반려견들과 산책하러 나갔다.

김미래(60) 칠곡 경북대병원 간호사

금호강 둑에는 큰개불알풀꽃과 별꽃이 얼굴을 내밀고 코로나19로 위축된 도시라는 상상을 할 수 없게 봄을 만끽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불안함과 답답함을 떨쳐버리듯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가족끼리 시원한 봄바람을 가르며 오고 가고 있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을 위해 도착한 후원품. [사진 김미래]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을 위해 도착한 후원품. [사진 김미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듯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스러운 풍경이다. ‘호우시절’ 영화 속 두보의 시구처럼 ‘꽃이 피어서 봄이 오는 것일까,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걸까?’

내가 사는 이곳에도 곧 봄의 향연 속에서 서로 마주 보며 반갑게 얼싸 안아주던 평화로웠던 그 시간이 되돌아오겠지.

오늘은 오후 근무로 하루를 시작한다. 몇 명의 증상 없는 환자들이 코로나 확인 검사를 했다. 어떤 환자는 왜 나는 그 검사를 받을 수 없느냐고 호소한다. 답답한 병실 생활이 힘든지 목소리가 우울하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을 위해 도착한 후원품. [사진 김미래]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을 위해 도착한 후원품. [사진 김미래]

그저 간호사는 힘든 환자들의 말만 들어 줄 수밖에….

힘든 시간 서로가 잘 견뎌냅시다.

“수고했습니다.”
“몸 관리 잘하세요.”

이런 퇴원 인사를 나누는 날이 곧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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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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