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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의 일기]“마스크 안 이산화탄소 가득···제발 멈춰달라 소리 절로 나와“

중앙일보

입력

3월 6일
15년 만에 밤 근무를 처음 하는 날이다. 간호사는 밤 근무가 힘들어 대다수 이직한다. 나 역시 20년 가까이 밤 근무를 했기에 그다지 내키지 않지만 이런 상황에 무엇인들 못할쏘냐.

김미래(60) 칠곡 경북대병원 간호사

오늘도 어김없이 안경이 말썽이다. 보안경과 안경다리가 맞닿은 부분 통증으로 귀 안쪽까지 욱신거리다. N95 마스크 안에 이산화탄소가 차서 비정상적 졸음과 두통도 온다.

아침부터 복용할 약들을 정리하고 잠시 후 교대자들의 발걸음이 서걱서걱 방한복을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모습. [사진 김미래]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모습. [사진 김미래]

인수인계를 마치자마자 같이 근무하던 간호사가 급히 뛰어나간다.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난다며 부랴부랴 탈의하는데 모든 방호구를 제거하는 것은 착의할 때보다 오염되지 않게 신중히 처리하고 몇배나 힘든 과정을 거친 후 제거를 하게 된다.

뛰어가던 간호사는 구토는 나도 나오는 건 없다며 힘들어하는 표정이 안쓰러워 보였다.

꽃샘추위로 간밤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 방호구를 입기 위해 대기실에서 방호복 착의실까지 100m 정도 떨어져 있고 반대편 탈의실에서 대기실까지 150m 거리를 반팔 특수복(수술복)만 입고 전력 질주해서 뛰어야 할 정도로 온몸 뼛속까지 찬 기운이 들었다.

왠지 이 느낌이 슬펐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의 모습. [사진 김미래]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의 모습. [사진 김미래]

이제 제발 멈추어 달라고 허공을 보며 외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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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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