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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의 일기]“병실 밖으로 나오시면 안 돼요” 말에 돌아온 답은….

중앙일보

입력

내가 파견되어 근무하고 있는 병원은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다. 환자 입원 병동은 본관에 있다. 간호사 탈의실과 휴게실, 샤워실 등은 본관 건물과 떨어져 있는 별관 건물에 있다. 별관 건물에는 종합상황실이 있는데 그곳에서 수시로 비상대책회의가 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희주(50) 계명대 성서 동산병원 간호사

업무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병동 근무 외 휴식시간에는 수시로 상황실에 들락거렸다. 그곳에 일용할 양식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진환자 치료를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많은 분이 다양한 물품과 음식물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런 따뜻한 응원과 격려가 고스란히 에너지로 전달되어 의료진들이 환자 진료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감사한 마음에 대해 내가 할 도리는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게 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는데 급기야 오늘 나는 환자로부터 불친절하다는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환자에게 병실 밖으로 나오시지 말라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코로나19’는 호흡기 감염 질환으로 음압격리병상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확진자가 엄청나게 급증하고 있는 데에 반해, 음압 격리병상 수는 매우 한정적이기에 대부분 일반병상에서 코호트 격리 개념을 적용해 여러 환자가 같은 병실을 사용한다. 환자 입원 시 호흡기계 감염 질환 관리 지침에 따라서 간호사는 환자에게 “병실 밖으로 나오지 마십시오.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합니다. 환의는 병실 내 의료폐기물 통에 넣어주십시오, 도움이 필요하신 경우에는 간호사실로 전화하십시오” 등을 안내해야 한다.

지난달 27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 교대를 하기에 앞서 서로의 보호복을 점검하며 격려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7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 교대를 하기에 앞서 서로의 보호복을 점검하며 격려하고 있다. 뉴스1

물론 계속 병실 안에서만 지내야 한다는 활동의 제약은 너무나도 갑갑하고 견디기 힘들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조치이기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수칙이다.

이러한 점을 감내하고 협조적인 환자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몇몇 환자분들이 “왜 병실 밖으로 못 나가게 하느냐”고 불평하시는 경우가 있다.

“휴게실에서 쉴 수 있도록 해줘야지, 병실에 TV는 왜 없나?, 왜 환의를 매일 갈아입도록 해주지 않는 것이냐?” 등의 불만들이 “뭐가 이리 불친절하냐? 도대체 대우가 왜 이것밖에 안 되나?”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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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환자분들이 원하시는 바를 모두 다 들어주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평상시의 입원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비상상황이기에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 간호사들 또한 일상이 깨져버린 것은 마찬가지다. 전시상황이나 마찬가지인 지금 시국에 평상시와 똑같이 사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코로나 입원치료에 투입된 우리는 혹시라도 가족들이 코로나에 걸릴까 봐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병원 장례식장을 숙소로 삼아 지내고 있다.

나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따뜻한 식사를 함께하고 싶고, 내 방에서 편히 쉬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이러한 바람이 하루빨리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 이해하고 힘을 합해서 이 힘든 상황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한다.

정리=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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