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스라엘과 軍훈련 도중 취소, 美 초유의 조치···중국군도 비상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상반기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한 미군이 중동지역에서도 잇따라 훈련 취소에 나섰다. 한국에 이어 이탈리아에서도 미군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군 내 코로나19 확산 기미가 나타나자 미군은 진행 중인 훈련마저 중단하고 있다. 미군뿐 아니라 중국군과 대만군 역시 대규모 훈련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미, 이스라엘과 미사일 합동훈련 도중 취소 #나토군 연합훈련에선 20명 이상 미군 격리 #중국과 대만에서도 군사훈련 유예·연기

8일 미 군사전문지 밀리터리닷컴 등에 따르면 미군은 최근 이스라엘군과의 합동훈련 ‘주니퍼 코브라 20(Juniper Cobra 20)’를 중도에 취소하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훈련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등으로부터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목적으로 2년에 한 번 실시해왔다.

미군이 2018년 이스라엘에서 열린 주니퍼 코브라 훈련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군이 2018년 이스라엘에서 열린 주니퍼 코브라 훈련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올해 경우 지난 3일에 시작돼 오는 13일까지 열릴 계획이었지만 미군은 훈련 개시 이틀 후인 지난 5일 나머지 훈련을 전격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내 코로나19 전파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미군 유럽사령부(EUCOM)는 “이번 취소 결정은 수천 명이 격리된 현지 상황과 5000명 이상의 대규모 모임을 금지한 이스라엘 당국의 조치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8일 현재 이스라엘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5명, 사망자는 3명으로 집계됐다. 아직 확진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늘고 있어 미측이 선제적 예방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훈련을 위해 참여한 미군만 2500여명으로 추산된다고 밀리터리닷컴은 전했다.

미 국방부는 또 올해 이스라엘과의 대규모 연합훈련인 '이글 제네시스'(Eagle Genesis)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에 주둔하는 미군 174공수여단 소속 육군 낙하산 부대의 참여가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883명으로 중국, 한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미측의 이 같은 조치는 앞으로 전 세계 미군 기지에서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나올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미군 신분으로는 지난달 26일 경북 칠곡군 캠프 캐럴의 주한미군 병사가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 7일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주둔 중인 미군이 두 번째 확진자가 됐다.

같은 날 미 버지니아주(州) 포트벨부아에 배치된 한 미 해병대원도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미군 내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한국, 유럽을 거쳐 미 본토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26일 해외 미군 병사 신분으로는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미군기지에서 장갑과 마스크를 쓴 보안요원이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 해외 미군 병사 신분으로는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미군기지에서 장갑과 마스크를 쓴 보안요원이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뉴스1]

미군이 유럽 국가들과 진행하는 연합훈련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미 위험 신호가 감지된 곳도 있다. 지난 2일 시작돼 오는 18일까지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대규모 다국적 동계 연합훈련(Exercise Cold Response)에서 약 24명의 미 해병이 격리된 일이 대표적이다.

미 해병대는 지난 6일 이들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노르웨이 병사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돼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 결과 미군 1500여명을 포함해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에서 총 1만5000여명 병력이 참여하는 이번 훈련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 3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직은 (코로나19가) 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조정 가능성이 필요한 훈련을 추가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환자가 폭증한 후베이성 우한을 지원하기 위해 수천 명의 인민해방군 의료진을 투입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은 환자가 폭증한 후베이성 우한을 지원하기 위해 수천 명의 인민해방군 의료진을 투입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인민해방군(PLA)도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일 “코로나19 확산 방지 활동에 군용기, 차량 등 군 자원이 대거 동원되면서 인민해방군이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유예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훈련에 동원되는 물자들이 중국 교통의 요지 우한을 거쳐야 하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군 역시 오는 4월 예정된 연례 군사훈련인 한광연습(漢光演習)을 하반기로 연기했다. 대만은 한광연습에서 중국 침공을 가정한 지휘소 훈련(CPX)은 물론 육·해·공 실탄사격 훈련도 해왔다. 이 같은 훈련을 연기할 만큼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막는 게 시급해졌다는 의미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