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가림의 미학'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 청소년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얼굴 가리기 열풍

옛말에 ‘身體髮膚는 受之父母하니 不敢毁傷이 孝之始也요(신체발부는 수지부모하니 불감훼상이 효지시야요)’라는 말이 있다. 즉, 우리의 몸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다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말도 말 그대로 ‘옛말’이 되어 버렸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 무작위로 전국 중학생 남, 여 100여 명을 통해 리서치를 한 결과, 무려 54%가 자신의 사진을 홈피에 업로드 할 때 얼굴의 일부분이나 전체를 손이나 낙서 등을 통해 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학생(33%)보다 여학생(84%)들 사이에서 이러한 열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영은(15) 양은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이 없거나, 특정 부위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그런다”며 “얼짱(잘생긴 사람을 지칭)들 사이에서도 그 유행이 급속도록 확산되고 있어 모든 이들이 따라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스마일 이모티콘이나, 손을 이용해 자신의 신체 일부분을 가리는 등, 소위 ‘그들만의 미학’을 창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용돌이 모양의 동그라미로 가리는 행위는 한 때 인기를 모았던 모 이동통신사의 ‘현대생활백서’ CF에서 모방한 것이라고 한다.

김기쁨(15) 양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잘나가는 CF를 모방하는 것 역시 유행인데, 이것이 '가림의 미학'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많은 학생들이 왜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안 하면 소외 되는 것 같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외모에 민감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이러한 트렌드에 더욱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성민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 책임연구원은 "자신들만의 색깔을 가지려는 요즘 신세대들의 자기표현 기능을 담당하는 하나의 메시지로 봐야 한다"며 "시기적으로 트렌드에 민감한 여학생들이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황순우(한양대, 26) 씨는 “10년 전 ‘Y세대’라고 불리던 제 또래 사이에서는 자신의 얼굴에 낙서를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이러한 열풍이 반드시 긍정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트렌드인 만큼 신세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기자 이해완 (아주대 미디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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