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에는 이름이 '코로나'인 회사가 약 2천개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0년 상반기는 '코로나 공포'로 기억될 듯싶다. 신종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망가뜨렸고, 산업 전반으로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 중문명 약칭 '신관' 사용하는 브랜드 많아 #회사, 도로 등 이름 변경 요청하는 민원 줄이어

코로나 사태가 변화시킨 것들 중 ‘웃픈’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이름을 가진 브랜드들이 개명 압박을 받고 있는 것. 우리나라로 치면 코로나의 ‘코’, 우한의 ‘우’자만 나와도 질색하는 분위기와 비슷하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코로나 때문에 졸지에 이름 바꾸게 생긴 월병 회사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시에 위치한 관성위안(冠生园) 식품유한책임공사는 코로나 발발 이후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치렀다. 회사 상표에 ‘신관(新冠)’이라는 한자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신관’은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리키는 신관페이옌(新冠肺炎 신관폐렴)의 약칭이다. 코로나가 온 사회를 잠식하면서 바이러스의 약칭이 본래의 의미를 덮어버린 경우다.

**신관페이옌(新冠肺炎)': 코로나 19(COVID-19)의 중문명이다. 정식 명칭은 新型冠状病毒肺炎, 왕관 모양을 한 신형 바이러스 폐렴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진 제멘(좌), 셔터스톡(우)]

[사진 제멘(좌), 셔터스톡(우)]

환추왕(环球网 환구망)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1989년에 설립됐으며 중국 전통과자인 웨빙(月饼 월병)을 생산 및 판매하는 기업이다.

공식 홈페이지에 걸린 광고에도 ‘신관’이라는 상표가 표기돼 있다. “신관과 함께라면 모임이 더 달달해집니다” “신관으로 사랑을 선물하세요” 등의 카피도 발견할 수 있다.

[사진 1024shangwuwang]

[사진 1024shangwuwang]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한 네티즌들은 상표를 바꾸라고 제안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 광고 문구에서 ‘신관’을 ‘코로나’로 대체한다고 생각하면 세상 끔찍한 카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회사측은 “아직 영향이 미미하다. 이미 쓰촨 지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기 때문에 문제 없다”며, “30년 역사의 브랜드를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사진 웨이보 캡쳐]

[사진 웨이보 캡쳐]

하루아침에 '바이러스' 가 되어버린 이름들

코로나 바이러스 이름 때문에 구설수를 겪고 있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산둥(山东)성 칭다오(青岛)에 위치한 한 도로 표지판. 역시 이름에 ‘신관’이 들어간다. 코로나 발생 후 네티즌들은 칭다오 시 당국에 도로의 이름을 바꿔달라고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칭다오에 위치한 '코로나 도로' [사진 제멘]

칭다오에 위치한 '코로나 도로' [사진 제멘]

‘개명 요청 민원’이 쇄도하자 칭다오 당국은 “신관 고가로(新冠高架路)’는 지난 2011년 시정부에서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명명한 것이다. 꼭 바꿔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면 지명의 안정성을 위해서 되도록 유지하는 방향을 따른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국 매체 훙싱신원(红星新闻)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기업 명칭에 ‘신관’이라는 글자를 사용하고 있는 사례가 중국 전 업종에 걸쳐 1813건에 달하며, 상표가 관련이 있는 경우는 178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실 ‘신관’이라는 이름은 죄가 없다. 공교롭게도 바이러스 이름의 약자와 같아졌을 뿐이다. 그러나 글자가 주는 ‘이미지’의 힘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의 경우, 음식 배달서비스 업체 배달의 민족이 코로나 발발 후 야식 카테고리에 들어가던 박쥐 이미지를 다른 것으로 발빠르게 대체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생겨난 ‘박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의식한 것이다.

[사진 배달의 민족 앱 캡쳐]

[사진 배달의 민족 앱 캡쳐]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바이러스, 그로 인해 수십 년 역사를 가진 업체들이 브랜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는 사실이 어쩐지 씁쓸하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