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전 「물타기」 「뻥튀기」 규제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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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업공개과정에서의 이른바「물타긴 와 「뻥튀기] 에 대한 비난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그 같은 행위를 과연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규제해야하느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기존 주주들이 이익을 챙겨도 너무 챙기니 일반 투자자 보호나 부의 형평의 시각에서 물타기나 뻥튀기가 아예 자리를 못 붙이도록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어떻든 창업자의 이익은 보호돼야하고 기업공개를 촉진한다는 의미에서도 정도 껏 규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들의 주장과 정부의 입장을 각각 알아본다.
◆규제찬성=물타기를 비난하는 측은 우선 .공개직전의과도한 유· 무 증자로 인해 얻는 대주주들의 이익이 이미 기업공개 촉진이나 창업주 이익보호라는 차원을 넘어선 엄청난 금액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더구나 증자를 통해 대주주만 알맹이를 챙겨간 뒤 정작 해당기업은 실제 내용보다 부풀려진 자본금으로 인해 공개 후 과중한 배당압박에 직면, 경영이 어려워지면 결국 경영에 새로 참여하는 일반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게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9월말까지 기업공개를 한 97개 사 (한전 제외) 중 93개 사가 공개직전1년 동안 총4천5백31억 원의 무상 또는 유상 주를 발행, 증자 전 자본금 (4천17억 원)을 2배 이상 불려놓았다.
올해 자본금증가율은 1백12·8%로 작년의 60·8% 보다 훨씬 높아져 물타기에 대한 우려를 더욱 커지게 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공개 시 발행 가가 액면가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즉 공개전 과도한 증자로 물타기를 했다면 발행 가가 그만큼 낮아져야 하는데도 많은 공개기업들이 자산가치나 수익가치가 아닌 동일업종주식의 시가를 감안해 산출한 상대가치로 발행 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발행 가가 턱없이 높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공개 전 일정기간동안 아예 증자를 금지시키거나, 챙겨 간 이익에 대해서는 에누리없이 세금을 매겨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규제반대=엄격한 규제를 반대하는 측은 공개 전 증자가 창업주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개직전의 기업은 창업주가 공개요건을 갖출 만큼 키워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회사가 가진 가치를 현실화시켜 자기몫 만큼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주식의 수를 늘리지 않고 높은 값으로 공모해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여건에서는 일반투자자들이 감각적으로 값싼 주식을 선호하고 비싼 주식은 기피하는 성향이었기 때문에 공개를 앞둔 기업은 공개 전 증자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부실기업이 턱없이 많은 증자를 하는데 있지 소위 물타기라고 비난받는 공개 전 증자 자체는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공모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일반투자자들이 손해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실제로 상장 후 시세가격이 발행가보다 항상 높게 형성됐는데 손해본 투자자들이 어디 있느냐는 사실로 반박한다.
◆정부의 대응방안=정부는 공개 전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사전에 늘리거나 증자 없이 공모가격을 높게 책정하거나 하는 것은 공개기업 측이 자사의 경영정책에 맞춰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모가격을 실제 내재가치이상으로 부당하게 책정하는 것은 투자자보호 및 자본시장의 공신력 차원에서 막아야하므로 올해 안에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분식결산을 막을 계획이다.
개정방향은 재무제표를 조작한 회사에 대해서는 임원의 해임을 권고하는 한편 감사 인을 증권관리위원회가 직접 지명하는 것과 분식결산을 묵인한 감사 인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것 등이다.
또한 기업공개 촉진 책의 하나로 개인투자자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 하던 것을 금융실명제 실시에 맞춰 과세, 과도한 이익을 국가로 환수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그리고 투자자 보호의 측면에서 현행 납입자본금 10억 원 이상으로 되어있는 공개요건을 15억 원 이상으로 강화하는 등 우량기업만 공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한편 공개 전 증자자체의 규제는 아니지만 공개직전 눈에 드러날 정도로 대규모 증자를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정적 요소가 많으므로 공개 전 일정기간동안은 증자를 하지 못하게 하는 부분규제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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