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워런 사퇴 효과는…바이든 48% vs. 샌더스 3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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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5일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자택 앞에서 "대선 도전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사이에서 지지 여부에 대해선 "시간을 좀 갖겠다"고 입장을 유보했다.[AP=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5일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자택 앞에서 "대선 도전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사이에서 지지 여부에 대해선 "시간을 좀 갖겠다"고 입장을 유보했다.[AP=연합뉴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에 이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5일(현지시간) 미 민주당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다. 슈퍼 화요일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자신의 홈그라운드 매사추세츠를 내준 뒤 이틀 만에 대선 도전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슈퍼 화요일을 거치며 중도 바이든과 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1대1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대의원 과반수 지지 후보가 나오지 않아 '경쟁 전당대회'를 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앞으로 관건은 블룸버그·워런 사퇴로 누가 더 유리해졌냐는 두 후보의 득실이 될 전망이다.

워런, "시간 갖겠다"며 지지 표명 안 해, #이념과 민주당원 소속 사이 입장 유보 #워런 지지 5%P→샌더스 4%P→바이든 #블룸버그 8%P→바이든 4%P→샌더스 #합산하면 바이든 48% vs. 샌더스 37%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블룸버그 전 시장과 달리 워런 상원의원이 이날 "심호흡을 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좀 갖겠다"며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런은 이날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2020년 대선에 도전하지 않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계속 투쟁을 할 것"이라며 "이 싸움에 참여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어 넣어준 한명, 한명마다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하버드 법대 교수와 2008 금융위기 의회 자문위원장 시절부터 월가의 탐욕을 맞선 투사로 유명한 워런은 경선 TV토론의 승자로 지난해 10월 한때 샌더스에 이어 바이든까지 추월해 여론조사 1위를 하기도 했다. 대기업과 고액 후원금 없이 1억 달러가 넘는 선거자금도 모았다. 하지만 2월 실제 경선이 시작되자 거의 공약도 흡사한 원조 진보 샌더스의 부상과 함께 아이오와 3위, 뉴햄프셔와 네바다 4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선 5위로 추락했다. 지난 3일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고향 매사추세츠마저 바이든(33.6%)-샌더스(26.7%)에 뒤지는 21.4%로 3위를 한 게 결정타였다.

이념·정책(무소속 샌더스)과 민주당원(바이든)으로서 선택 사이에서 워런이 지지를 유보한 데 바이든과 샌더스 진영 양측의 구애 경쟁도 치열했다.

바이든은 트위터로 "워런 상원의원은 중산층 가정을 위한 가장 맹렬한 투사"라며 "그녀가 워싱턴과 매사추세츠, 선거 유세장에서 한 일은 사람들의 삶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치켜세웠다. 미 중산층을 위한 투사라며 자신과 유사성을 강조한 셈이다.

샌더스는 "워런은 부자가 응당한 몫을 지불하고, 워싱턴의 부패를 종식하고, 모든 이를 위한 의료보험을 보장하고 대학생 부채 위기를 해결하고 여성 권익을 보호하는 전례 없는 아이디어로 선거운동을 펼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워런이 가장 강력한 기업 이익에 맞서 싸운 것은 그만큼 뒤처진 서민을 아꼈기 때문이며 그녀 없이진보 운동이 이렇게까지 강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기관 모닝 컨설트의 조사에 따르면 워런 낙마로 바이든과 샌더스가 거의 동등한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조사에서 워런의 전국 지지자(14% 지지율)의 43%는 2차 선택에서는 샌더스를 지지했고, 36%는 바이든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워런 지지자를 포함할 경우 바이든이 당시 36% 지지율에 추가 4%포인트가 늘어난 40%, 샌더스 지지율은 28%→33%로 5%포인트 오르게 된다.

미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조사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지지자의 2차 선택 효과.[모닝컨설트]

미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조사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지지자의 2차 선택 효과.[모닝컨설트]

대신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하차 효과는 바이든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블룸버그 지지자(19%)의 절반 남짓한 48%가 2차 선택으로 바이든을 지지한 것과 비교해 25%만 샌더스를 택했기 때문이다. 모닝 컨설트는 따라서 블룸버그 낙마 효과로 바이든은 36→44%(8%P)로 오르고, 샌더스는 28→32%(4%P)가 오른다고 분석했다.

두 후보의 낙마 효과를 합산한 양자 대결 구도에선 바이든 지지율은 48%, 샌더스는 37%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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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는 중앙일보에 "바이든이 당내 경쟁 후보 지지층을 통합하면서 새로운 힘의 기반을 갖게 됐다"며 "이제부터 바이든-샌더스 1대 1 대결은 서로 지지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로선 샌더스가 후보가 돼 '자본주의자-극좌 사회주의자'란 쉬운 구도를 만들기를 원했지만 오바마 8년 행정 경험이 있는 바이든을 상대하기 훨씬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최근 클린턴·부시·오바마 3연속 재선을 했듯 현직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과 정치적 이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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