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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기려면 미시간 뺏아라, 바이든-샌더스 '미니 화요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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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화요일에 14개 주중 10개 주에서 승리하며 선두주자가 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4일 로스앤젤레스 기자회견 도중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AP=연합뉴스]

슈퍼 화요일에 14개 주중 10개 주에서 승리하며 선두주자가 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4일 로스앤젤레스 기자회견 도중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슈퍼 화요일 경선 14개 주 중 10개 주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는 10일 '미니 화요일'에 열리는 미시간(대의원 125명) 경선이 전략적 승부처다. 피트 부티지지, 에이미 클로버샤에 이어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중도진영 단일화를 완성한 바이든으로선 진보 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쐐기를 박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샌더스에겐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이다. 뉴욕 타임스 예측 결과, 바이든은 슈퍼 화요일의 승리로 누적 대의원 670명(45%)을 확보해 샌더스(589명·39%)를 제치고 선두에 나섰다.

트럼프와 본선 경쟁력 보여줄 승부처 #2016년 샌더스, 힐러리에 승리 이변 #바이든 여론선 29.2%대 22.5% 앞서

10일에는 미주리·미시시피·노스다코타·아이다호·워싱턴을 포함해 중·서부 6개 주가 동시 경선을 하지만 미시간이 대의원 수가 가장 많다. 또 2016년 11월 대선 본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0.2%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던 전략주다. 민주당으로선 트럼프와 본선에서 승리하려면 미시간을 탈환하는 게 필수란 뜻이다.

이날 공개된 현지 디트로이트 뉴스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이 29.2%로 샌더스(22.5%)를 6.7%포인트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블룸버그 10.5%, 워런 6.7%, 부티지지 5.8% 순이다. 블룸버그·부티지지의 지지를 얻은 바이든이 슈퍼 화요일에 이어 승리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슈퍼 화요일에 샌더스에 내준 서부 3개 주에선 사전·부재자 투표 비율이 높아 단일화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10일 미니 화요일엔 슈퍼 화요일의 상승세와 중도 결집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바이든의 강점이다.

미 민주당 수퍼화요일 경선 결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 민주당 수퍼화요일 경선 결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바이든은 이날 샌더스가 민주사회주의에 대항해 기득권층이 결집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과 중산층,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모두 기득권자란 말이냐"고 반박했다.

2020년 11월 미국 대선 본선에서 민주당이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 미시간(16), 위스콘신(10) 세 곳의 경합주를 탈환할 경우 278대 260으로 전국 538명의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확보해 승리하게 된다.

2020년 11월 미국 대선 본선에서 민주당이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 미시간(16), 위스콘신(10) 세 곳의 경합주를 탈환할 경우 278대 260으로 전국 538명의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확보해 승리하게 된다.

샌더스로선 2016년 예상을 뒤엎고 49.8%대 48.3%로 힐러리에 승리한 곳이 미시간이다. 이날 회견에서 "미시간은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하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이날부터 미시간을 포함한 6개 주에서 바이든이 과거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찬성한 것을 비난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2016년 자신을 "진실하고 열정적이며 두려움 없는 사람"이라고 칭찬하는 TV 광고도 내보내기 시작했다.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해온 노동자 계층을 자극하고, 오바마와 백악관 8년 경력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한 셈이다.

슈퍼 화요일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패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4일 고향 버몬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슈퍼 화요일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패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4일 고향 버몬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시간은 백인 74%, 흑인 14%, 중남미 라티노 5%의 인구 구성을 갖고 있다. 바이든은 백인 중산층과 흑인, 샌더스의 노동자와 라티노에 지지세가 각각 강하다.

폭스뉴스는 "미시간은 바이든과 샌더스에겐 생사의 갈림길이 될 승부처"라며 "특히 슈퍼 화요일에서 패배한 샌더스로선 바이든에 내줄 경우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슈퍼 화요일 승리로 대의원 45% 가량을 확보한 바이든으로선 미시간 경선 일주일 뒤인 17일 남부 전략주 플로리다(대의원 219명)까지 확보하면 과반을 넘을 수 있다. 플로리다는 바이든과 블룸버그 등 중도후보 지지율 합계가 60%를 훌쩍 넘는 곳이다.

2주 연속으로 벌어질 미니 화요일 경선이 바이든에겐 경쟁 전당대회 없이 50개 주 경선 결과로만 후보가 되는 매직넘버인 1991명 과반 대의원을 확보하는 관문인 셈이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밤 NBC 방송에 "바이든이 (대의원 과반을 얻어) 전당대회에 진출하거나 나보다 더 많은 표를 얻는다면 그가 승자"라고 말했다. 50개 주 경선 결과 과반에 미달하는 단순 다득표자라도 패배를 승복하겠다는 뜻이다. 과반 후보가 없으면 경쟁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당 간부로 구성된 슈퍼 대의원이 후보를 결정하는 현재 민주당 규정대로 갈 경우 바이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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