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줄이어 폐업·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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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 들어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임금인상 등으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폐업·자본철수 및 집단 감원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 큰 사회문제가 되고있다.
저임금을 노려 60년대 후반부터 진출했던 이들 기업은 그 동안 고 수익(62년 이후 공식 과실송금 액 13억 달러)을 올려오다 87년「외국인 투자기업체 임시특례법」폐지로 외국기업에서도 노조활동이 허용돼 임금인상 등 상황이 달라지자 특히 제조업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려 하고있는 것이다.
25일 노동부·재무부에 따르면 올 들어 폐업·자본철수를 한 기업은 한국TC전자 (마산·미국계)·에프코아코리아(성남·미국) 등 24개(16개 기업은 외국인 지분철수, 내국인에게 경영권양도)로 이들 기업 근로자 4천여 명이 실직했다.
올 들어 58개 외국기업에서 분규가 발생했으며 25일 현재 한국수미다(마산·일본계)·티엔디(군포·일본)·아세아스와니(이리·일본)·한국피코(부천·미국)·TC전자·에프코아코리아 등 6곳은 폐업관련 분규가, 한국씨티즌(마산·일본)·한국동경전자(동) 등 2곳은 1천명씩의 감원계획으로 노사갈등을 빚고있다.
이로 인해 마산·이리의 수출자유지역(각각 72개·19개 기업입주)에는 근로자 집단감원 등이 계속돼 찬바람이 일고있다.
TC전자의 경우 72년 진출, 그 동안 3백억 원을 과실 송금한 우량회사였으나 88년5월 노조가 결성되자 물량감소 등으로 대처하다 결국 지난 4월 폐업, 청산해 1천4백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리 아세아스와니(근로자 2백60여명)는 일본거주 기업주가 지난해 계열사인 동양스와니를 폐업, 근로자 3백60여명이 실직한데 이어 9월말 폐업통보를 했다.
한국피코(근로자 2백여 명)의 경우 미국인 사장이 임금 등 2억 여 원을 체불하고 지난 3월 도피하기까지 했다.
외국기업들은 건물·설비 등을 임대로 쓰고 있어 손쉽게 철수할 수 있으나 정부가 이에 따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어 민족감정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노총은 이같이 근로자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최근 국회에 외자도입법 개정안을 제출,▲3개월 분의 임금·퇴직금 등 적립 의무화▲부당 폐업전력 외국기업의 재투자금지 등 정부대책을 요구했다.
폐업·자본철수업체는 이밖에 한국판창·극동화스너·삼성산업·신한전자·우단실업·대웅 페르멘타·아주물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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