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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집 비운 사이…서울 상가주택 불나 4~7세 3명 숨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울의 상가주택에서 불이 나 어린이 3명이 숨졌다. 어른들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참변을 당했다.

외할머니 난로 켜둔 채 잠시 외출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 안 간 듯

4일 서울 강동소방서와 강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2분 강동구 고덕동 상가주택 3층의 두 가구 중 한 가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4층 주민이 “아래층에서 불이 났다”고 신고했고, 출동한 소방당국(소방차 23대·소방관 84명 등)은 화재 발생 19분 만에 진화했다. 건물 입구에서부터 3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은 물과 재로 뒤범벅이 돼 있었다.

집 안 거실에서 함께 발견된 A군(4)과 B양(7), C양(4)은 전신에 2~3도 화상을 입은 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경찰은 사인을 질식사로 추정했다. 여자 아이들은 자매 사이고 이들과 A군은 이종사촌이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아이들은 외할머니 집에 머물다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외할머니는 전기난로를 켜 놓은 채 잠시 외출 중이었다. B양 자매의 어머니도 없었다. 이사를 앞두고 아이들 옷을 큰 언니 자녀들에게 주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고 한다.

화재 진압 과정을 지켜본 박모(90)씨는 중앙일보에 “소방관이 들어갈 때 B양 자매의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이 ‘애들 끌어내 주세요’라고 악을 썼다”며 “너무 끔찍했다”고 말했다. 다른 이웃은 “이웃들이 불난 집 문을 열려고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난 집 안에 전기난로가 있었던 점과 “화재 직전 난로가 엎어진 것 같다”는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사망한 것을 보면 유독 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5일 오전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부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 주민은 “숨진 아이들이 최근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어린이집에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며 “주말에만 보이던 아이들이 평일에도 보였는데 코로나 영향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민중·정희윤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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