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염두하다’는 잘못된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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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 가면서 이에 대한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감염에 대한 걱정 탓에 외식을 줄이거나 사람이 모이는 곳엔 발길을 끊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줄을 잇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할 것을 염두해 둔 사람이 많은지 식재료 상품 진열대가 텅 비어 있었다” “코로나19가 국가 재난 사태임을 염두해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자제하고 있다” “답답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다”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온다.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담아 둔다는 의미를 표현할 때 많은 사람이 이처럼 ‘염두하다’를 쓰곤 하지만, ‘염두하다’는 잘못된 말이다.

‘염두(念頭)’는 ‘생각할 염(念)’ 자와 ‘머리 두(頭)’ 자가 만나 한자 뜻 그대로 ‘머릿속’, 즉 마음속을 의미한다.

‘염두하다’는 ‘염두’에 동사를 만들어 주는 접미사 ‘-하다’를 붙여 만든 형태다.

‘공부(→공부하다)’ ‘생각(→생각하다)’ 등과 같이 ‘-하다’를 붙여 동사를 만들 수 있는 명사도 존재한다. 그러나 ‘염두’는 ‘-하다’를 붙여 동사로 만들 수 없는 명사다. ‘염두’가 ‘머릿속’ ‘마음속’을 뜻한다는 걸 떠올린다면 ‘머릿속+하다’ ‘마음속+하다’가 영 어색해 성립할 수 없는 표현이라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위 예문은 “염두에 둔 사람들” “국가 재난 사태임을 염두에 두고”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등과 같이 고쳐 쓰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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