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이용기금 줄줄 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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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인터넷 벤처인 G사는 2000년 하반기에 정보화촉진기금에서 2억2천여만원을 출연받았다. 명목은 인터넷상의 설문 조사와 관련한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었으나 이듬해 중도 포기했다. 출연금은 융자와 달리 갚을 필요가 없으나, 중도 포기하면 일정액을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업체는 포기에 따른 반환금 8천5백만원도 내지 않았다. 반환금을 안내면 1~2년간 정부의 기술개발 자금 지원을 못 받는 게 보통이나 G사는 포기 후 1년도 안돼 다른 과제를 신청, 지난해 정보화촉진기금에서 3억3천여만원을 출연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포기했으며, 4억2천여만원으로 불어난 반환금은 여태껏 미납이다. 기금이 수억원의 손실을 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정보화촉진기금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기금 지원 대상을 선정.관리하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5일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다.

통신 관련 장비회사인 A사는 1998년 정보화기금으로 기술을 개발해 기술료 수입을 올렸으나,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술료 수입 중 정부에 내야 할 2천만원을 미납했다. 이는 나중에 다른 과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요건에 해당되는 데도 이 업체는 추후 두차례에 걸쳐 6억4천여만원의 융자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경영난으로 최근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기간에 사업화될 기술을 골라 기금에서 1억원 내외를 출연하는 '산업기술.우수 신기술 개발 사업'은 사업화율이 절반도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9~2000년에 모두 3백27개 과제를 지원했으나, 개발이 끝나고 1년 이상 지난 2002년 말까지 2백2개 과제(62%)가 매출을 한푼도 올리지 못했다.

金의원은 "산업.우수 개발 사업은 선정 심사 당시 모두 사업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한 것이어서 심사 자체에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金의원은 이어 "한해 1조7천억원을 출연 또는 융자하는 정보화촉진기금 사업의 일부만 조사했는 데도 많은 문제가 있었다"며 "지원 선정 심사와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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