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위생 논란···"시장서 콩나물 팔듯 비닐에 담아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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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경서농협하나로마트 목동점이 판매한 공적 마스크. [사진 독자]

3월 1일 경서농협하나로마트 목동점이 판매한 공적 마스크. [사진 독자]

지난 1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경서농협하나로마트 목동점. 공적판매 마스크를 사러 간 사람들 중 일부는 당혹스러워했다. 낱개 포장된 마스크 5개(혹은 5개를 하나로 포장한 1세트)를 받을 줄 알았지만 포장 안 된 마스크 5개가 1회용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가격은 1봉지당 5500원이었다.
신정동 주민 A씨는 “시장 바닥에서 파는 콩나물처럼 마스크가 비닐봉지에 담겨 있어 놀랐다”며 “비위생적으로 보여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스크 구해 기뻤지만…위생 우려 폐기”

이날 줄을 선 시민 대부분은 “이거라도 감지덕지”라며 마스크를 샀다. 마트에서 준비한 1500봉지(총 7500장)는 금세 동이 났다. 주민 B씨는 “처음엔 귀한 마스크를 구해 기분이 좋았다”면서도 “아내로부터 ‘더럽게 왜 그런 걸 사 왔느냐’는 꾸중을 들어 부부싸움을 했다”고 전했다. 결국 그는 마스크를 써보지도 못하고 다 버렸다.

나상희 양천구의회 의원(미래통합당)은 “이런 마스크를 썼다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는커녕 되레 감염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며 “특히 만성 질환자 등이 쓰면 너무 위험할 것 같다”고 했다.

한 주민으로부터 마스크 영수증을 입수해 확인해 보니 제품명이 ‘○○약품 황사방역용 마스크(KF94)(대)’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약품은 “그런 제품을 생산한 적 없다”며 “기업 이미지 훼손이 우려돼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스크를 사고 받은 영수증. [사진 독자]

마스크를 사고 받은 영수증. [사진 독자]

마트 “애초 30개들이 통째 포장 제품…1인당 5매 위해 분리”

어쩌다 정체불명의 마스크가 유통된 걸까.
신정동 하나로마트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했다. 애초에 마트에는 ○○○○랩이 제조한 마스크가 30개들이(개별 아닌 통째 포장) 250세트로 왔다고 한다. 손님 1인당 최대 5매씩 팔라는 지침이 내려와 있는 상황이라 마트는 기존 제품들의 포장을 뜯고 재가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영수증에는 임의로 ○○약품 상품 코드를 넣었다는 설명이다.

신정동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상부로부터 마스크 30개들이 통째 포장 제품들이 배정됐을 때 우리도 당황스러웠다”며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이 위생 장갑 등을 끼고 마스크 제품을 5개씩 분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점에 제품을 선택할 권한이 있었다면 30개들이 통째 포장 제품이 아닌 낱개 포장된 제품이나 5개들이 통째 포장 제품 등을 발주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논란이 인 이후 마트에는 더는 30개들이 통째 포장 제품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30개들이 제품의 경우 안을 뜯어 보면 당연히 추가로 개별 포장돼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통째 포장인 줄 모르고 지점에 배정했다”고 말했다.

마스크 공적 판매를 총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정확한 사건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처음 듣는 사례”라며 “개별 포장된 마스크 5개를 팔거나 한 팩에 5개가 담긴 마스크를 판매하는 게 상식적이다”고 밝혔다.

마트가 애초에 배정받은 마스크 제품. 30개들이 통째 포장 제품이었다. [사진 경서농협하나로마트 목동점]

마트가 애초에 배정받은 마스크 제품. 30개들이 통째 포장 제품이었다. [사진 경서농협하나로마트 목동점]

시민단체 “홍남기 직무유기” 검찰 고발

이 사례를 접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관리 감독 소홀로 비위생적인 마스크가 유통됐다”며 홍 부총리를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유사사례가 더 있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칙상 마스크는 낱개로 포장해서 판매해야 한다”며 “(신정동 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재가공하는 작업 당시) 직원들의 손이 얼마나 깨끗했는지, 직원 중에 신종코로나 환자가 있었는지 등을 파악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신종코로나 확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부가 마스크 공급 확대 등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중·이가람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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