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두렵던 아프리카, 알고보니 1명 빼곤 유럽 관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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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한 나이지리아 여성이 지난달 28일 이탈리아인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라고스의 야바병원 앞에서 서류를 든 채 심각한 표정으로 구급차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스크를 쓴 한 나이지리아 여성이 지난달 28일 이탈리아인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라고스의 야바병원 앞에서 서류를 든 채 심각한 표정으로 구급차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과의 긴밀한 경제적 연결고리 때문에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대유행 우려가 제기돼 온 아프리카 대륙이 유럽이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최근 아프리카 대륙 6개 국가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대부분 유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튀니지·모로코 이탈리아發 확진 #세네갈·알제리는 프랑스發 확진자 '줄줄'

2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등에 따르면, 이날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세네갈에서 최초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이 확진자는 2년 동안 세네갈에서 거주 중인 프랑스인 남성으로, 그는 2월 말 프랑스를 방문한 뒤 세네갈로 돌아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에게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지난 달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최초로 확진자가 발생했던 나이지리아의 사례 또한 이탈리아 밀라노 여행을 마치고 나이지리아 라고스로 돌아온 이탈리아 국적의 남성이었다.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에서 발생한 확진자 1명도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모로코인이며, 튀니지에서 발생한 확진자도 최근 이탈리아를 방문했던 40대 튀니지인이라고 당국은 발표했다.

특히 알제리의 경우 지난달 17일 이탈리아 국적의 남성이 최초 확진된 뒤, 지난 1일 53세와 24세인 알제리 국적의 모녀가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모녀는 최근 자신의 집에 프랑스 국적의 83세 남성과 그의 딸을 초대한 적이 있는데, 이 프랑스인들이 프랑스로 돌아간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 모녀 마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알제리에서는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3명으로 늘었다.

지난달 28일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인 나이지리아의 라고스에서 이탈리아인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정 판정을 받은 뒤, 지역 주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인 나이지리아의 라고스에서 이탈리아인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정 판정을 받은 뒤, 지역 주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까지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럽과 연관되지 않은 확진자는 이집트에서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정유업계 종사자 캐나다인 1명 뿐이다.

그동안 아프리카 대륙은 주요 발병국인 중국과의 교류가 밀접하다는 이유로 신종 코로나 고위험군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오랫동안 프랑스 등 유럽의 식민지 시대를 겪으며 중국보다는 오히려 유럽과 더 많은 언어·문화·관광적 교류가 있었던 상황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은 신종 코로나를 검진할 능력이 부족해 감염자가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치료할 시설도 열악해 신종 코로나가 한번 확산하면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계보건정책 담당 부서장인 스티븐 모리슨은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신종 코로나가 쏜살같이 퍼질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발가벗겨진 상태"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콩고 민주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곳곳에서는 에볼라와 홍역 등 다른 전염병과 사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아프리카에서 2014∼2016년 에볼라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약 1만10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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