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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서 치매 원인 물질만 빨아들여 제거하는 '청소기'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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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로 먼지를 흡입하듯 치매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이준석 박사팀 등은 치매의 원인 중 하나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흡입해 제거하는 나노 청소기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베타-아밀로이드만 선택적으로 흡입해 대표적 치매 종류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예방하는 매커니즘이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들의 몸 속에도 생겼다가 자발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반복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단백질이 생성되는 속도가 사라지는 속도보다 빨라 뇌 속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된다. 축적된 단백질이 과도하게 응집되면 신경 세포와 시냅스(신경 접합부)를 파괴해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빨라지게 만든다.

기존 연구 및 치료는 생성된 베타-아밀로이드가 서로 응집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물질 사이에 끼어서 응집을 방해하는 항체 및 저해제를 활용하는 식이다. 그러나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은 성공하지 못했다.

미니항체와 나노청소기가 작동하는 원리

미니항체와 나노청소기가 작동하는 원리

이번에 개발된건 기존 방식이 아닌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흡입해 아예 제거하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특정 단백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해당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항체가 필요한데, 기존의 항체는 부피가 크고 체내 다른 분자와 결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표면적이 넓은 나노 구조체를 제작해 미니항체(scFv)를 부착했다. 미니항체는 타겟이 되는 표적 물질에만 반응하는 선택성은 높으면서도 보통의 항체보다 작아 구조체에 부착이 용이하다. 이 미니항체가 몸 속에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빨아들이는 청소기의 ‘엔진’ 역할을 하게 된다.

연구팀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에 적용했을 때 단백질의 비정상적 응집을 80% 이상 차단해 신경독성을 완화하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추후 항-아밀로이드성 억제제로서의 역할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준석 박사는 “응용 범위를 확장하면 체내 다양한 유해물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나노청소기로써 질병 예방 및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광우병을 유발하는 프라이온 단백질 등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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