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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역의 보루 의사·간호사 충원과 보호가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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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의료진이 쓰러진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의사·간호사가 탈진해 실신한 경우도 생겼다. 진단·진료 과정에서 감염돼 더는 현장을 지킬 수 없는 의료진도 속출하고 있다. 어제 대구의 한 보건소에서는 진단 업무를 하던 간호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공중보건의 등 10여 명의 의료진이 격리 대상이 됐다. 경북의 한 병원에선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며 간호사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냈다.

병원의 방어선이 무너지면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막을 길이 없다. 목숨을 잃거나 중태에 빠지는 시민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국가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자원은 바로 의료진이다. 그들에게 이 공동체의 명운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 자고 나면 수백 명씩 확진자가 불어난다. 활용 가능한 모든 의료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군에서 훈련받기로 돼 있던 공중보건의 750명을 긴급히 현장에 투입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간호사 확충에도 간호장교 활용이나 퇴직 간호사 임시 채용 등의 모든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증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보호다. 의료진이 휴식 공간이 없어 병원 벤치에 몸을 기대 눈을 붙이거나 찬 마룻바닥에서 웅크리고 쪽잠을 자는 모습이 목격된다. 일부 병원 의료진에 공급된 도시락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없던 병도 생길 판이다. 편하게 쉴 수 있는 숙소와 영양가가 충분한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보살펴 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의료진 자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D레벨 보호복 대신에 가운을 입어도 된다고 한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는 국민의 억장을 무너뜨린다. 물자가 부족하면 해외에서라도 조달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라고 대통령이 총리를 대구로 보냈을 것이다.

의사·간호사가 자원해 현장으로 달려간다. 국난이 닥쳤을 때 드러나는 게 우리 국민의 저력이다. 이 ‘수호천사’들을 우선해서 보호해야 한다. 정부는 감염이 되면 곧바로 치료받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이에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 무급 봉사에 기대서도 안 된다. 그들이 보상을 바라서가 아니라 애국심과 사명감 때문에 나섰지만 국가가 마냥 개인의 희생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단기간에 끝날 사태도 아니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든 의료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자원해 달려간 의사·간호사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국가가 이들을 지켜야 한다. 이제라도 마땅히 할 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