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더 신기하게 바라본다... 임성재가 더 기대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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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첫 우승한 임성재가 아오야마 신지 혼다 북미 지역 CEO에게 대회 우승 상금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첫 우승한 임성재가 아오야마 신지 혼다 북미 지역 CEO에게 대회 우승 상금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2일(한국시각)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한 임성재(22)가 기자회견장에서 많이 들은 질문 중에 하나는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는가"였다. 올해 열린 PGA 투어 9개 대회 중에 7개 대회에 나선 임성재는 미국 내에선 신기하게 바라볼 정도로 '독특한 골퍼'로 꼽힌다. 워낙 많은 대회에 출전하는 이유 때문이다. 임성재는 "고향이 한국이다 보니까 한국을 많이 못 가는 부분이 좀 힘들다. 그거 말고는 시합하는 부분이나 음식 혹은 호텔에서 생활하는 것도 전혀 문제 없고 잘 적응하고 있다"고 받아넘겼다.

임성재는 지난 시즌 PGA 투어 35개 대회에 나섰다. PGA 투어에서 활약중인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출전 기록이었다. 미국 골프 다이제스트는 지난달 19일 '유목민의 삶(nomad life)'을 살고 있다고 임성재를 소개했다. 호텔 생활을 전전하고, 우버 택시를 타면서 투어 생활을 하는 모습을 조명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임성재는 "시즌 후 집에서 편안하게 쉬면 된다"면서 오히려 자신의 현재 생활에 만족해했다.

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첫 우승한 임성재. [AP=연합뉴스]

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첫 우승한 임성재. [AP=연합뉴스]

임성재에게 PGA 투어 경험은 '재미있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지난해 12월 중앙일보와 만났을 때도 그는 "힘들었다기보다 재미있었다. 프레지던츠컵 역시 팀과 함께한 것 자체가 기뻤다"고 말했다. 올 시즌엔 메이저 대회에 집중하겠다면서 대회수를 조절할 뜻을 밝혔지만 올해 초 역시 다수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PGA 투어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행복해서 최대한 많은 대회에 나가고 싶다. 그리고 안 나가고 쉬면 몸이 조금 릴렉스 되지만, 웬만한 시합이 다 커서 나가면 재미있게 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재가 2일 PGA 투어 혼다 클래식 6번 홀에서 귀중한 파 퍼트를 성공한 뒤 캐디와 주먹을 맞부딪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임성재가 2일 PGA 투어 혼다 클래식 6번 홀에서 귀중한 파 퍼트를 성공한 뒤 캐디와 주먹을 맞부딪히고 있다. [AP=연합뉴스]

그저 재미로만 느낀다고 하지만 임성재는 그 속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12월 미국과 인터내셔널의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츠컵을 통해 그는 "부담감을 이겨내는 방법도 배웠고, 그런 경험 때문에 혼다 클래식에서도 많이 떨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임성재는 경쟁자들과의 경쟁 압박을 이겨냈고, PGA 투어에서 난이도 어려운 코스 톱3로 꼽히는 베어 트랩(15~17번 홀)에서 버디 2개를 기록해 우승에 성공했다. 그가 우승 동력으로 얘기한 것 역시 '경험'이었다. 그는 "지난 번에 1타 리드한 상태에서 경기를 마쳤는데, 다른 선수가 버디를 해서 연장전에서 아쉽게 져서 슬펐다. 그때 경험을 살리려고 했다. 한 번 그런 경험을 했었기 때문에 긴장감 속에서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샌더스 팜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끝에 준우승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두 번 다시 당시 아픔을 겪지 않으려 애썼단 흔적이 엿보였다.

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첫 우승한 임성재.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첫 우승한 임성재.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우승은 임성재에겐 특별했다. 지난 시즌 PGA 투어 신인상을 받았음에도 우승이 없었던 아쉬움을 이번 우승으로 완전히 씻었다. 그랬기에 우승을 한번 '경험'한 임성재가 더 무서워질 수 있다. 특히 임성재는 이번 우승으로 출전권을 확보한 마스터스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다른 메이저 대회는 다 참가했지만 마스터스는 처음이다. 꼭 예선을 한번 통과하고 싶고, 메이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데, 그게 마스터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무서워질 골퍼' 임성재의 말이 결코 허언으로 들리지 않아보였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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