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일자리 첫 관문 무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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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6월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현대직업전문학교 구로캠퍼스 직업훈련기관 현장을 방문, 전기 실습실에서 훈련 기기를 조립해보고 있다. 뉴스1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6월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현대직업전문학교 구로캠퍼스 직업훈련기관 현장을 방문, 전기 실습실에서 훈련 기기를 조립해보고 있다. 뉴스1

코로나 19 사태로 구직의 첫 관문인 직업훈련기관이 고사위기에 몰렸다. 집단감염을 우려해 훈련 과정을 연기 또는 폐쇄하면서다. 이 여파로 일자리 사업마저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

훈련기관 38% 문 닫고, 훈련과정 34% 연기·중단 #대구경북은 50% 육박…사실상 일자리 마비 단계 #고용부, 훈련비 1200억원 선지급 긴급조치 가동

지난달 28일 현재 37.6%의 훈련기관이 문을 닫았다. 연기 또는 폐쇄된 훈련과정은 34%에 달한다. 직업훈련을 신청한 5만1606명이 훈련을 못 받고 있다. 국민내일배움카드로 진행되는 직업훈련 과정은 34.4%, 사업주가 주도하는 훈련 27.1%,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실시하는 훈련과정 34.7%가 중지됐다.

지난달 26일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30.8%의 직업훈련 기관이 문을 닫고, 연기 또는 폐쇄된 훈련과정은 22% 정도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훈련 중지 기관·과정이 매일 5%씩 늘어났지만 27일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구·경북지역은 더 심각하다. 전체 훈련 과정 중 48%가 중단됐다. 훈련을 받으려던 인원 중 47%(8010명)가 손을 놨다. 대구·경북지역은 일자리 사업 자체가 마비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훈련기관이 마비되면서 취업자의 구직 길도 사실상 막혔다. 직업훈련 기관을 이용하는 구직자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이나 청년 등 취약계층이어서 어려운 가정에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자 훈련기관들은 고용노동부에 훈련비 선지급을 요청했다. 심각한 운영난에 봉착해 폐관될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고용부도 긴급 대책을 마련했다. 훈련을 실시하지 않더라도 당초 책정된 훈련비의 50%까지 선불 형태로 훈련기관에 우선 지급키로 했다. 훈련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훈련비를 지급한 전례가 없다. 그러나 훈련기관이 무너지면 향후 일자리 정책의 근간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여기에 드는 예산은 1200억원으로 추산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확산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훈련기관이 한 번 문을 닫으면 다시 설립하고, 과정을 개설하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되는 데다 훈련 노하우마저 사장될 수 있어 보호막을 치는 차원에서 가불 형태로 선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훈련비가 선 지급된 훈련과정에 대해 추후 훈련이 재개되면 훈련 여부를 확인한 뒤 나머지 금액을 지급할 계획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훈련을 재개하지 않으면 선지급된 훈련비는 회수된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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