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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복귀 원해“ ”中 위해 오지마“ 요즘 中유학생 커뮤니티 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난 24일 오후 충북대학교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기숙사로 들어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4일 오후 충북대학교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기숙사로 들어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방금 길에서 5~6명의 한국 사람을 지나쳤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사용자 'Janine_Lee')

"재한 중국 유학생은 지금 한국이 중국보다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어"(웨이보의 한 게시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한국에서 확산되자 중국인 유학생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학생 커뮤니티에는 귀국을 고민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한국이 더 위험해" "월세·수강신청은…"

지난 27일 웨이보에 한 이용자가 '한국 상황이 더 위험하다. 중국 유학생은 귀국을 고려해야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웨이보 캡처]

지난 27일 웨이보에 한 이용자가 '한국 상황이 더 위험하다. 중국 유학생은 귀국을 고려해야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웨이보 캡처]

지난 26일 웨이보 이용자 'Lxzauxz'는 "지금 한국에 있는데, 집에 가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이 사용자는 "4월에 TOPIK(한국어 능력 시험)도 있는데 귀국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지난(济南)에 있는 집으로 가면 바로 격리당할까요?"라고 물었다.

이 글에는 귀국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한국 상황을 지적하며 귀국을 권했다. 반면 또 다른 이용자(paomo123)는 "사람들 피곤하게 하지 말고 그냥 집에 있으라"면서 "가족과 우리를 지키고 중국의 부담을 더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2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서 가장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경희대 인근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궁민 기자

2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서 가장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경희대 인근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궁민 기자

이 같은 논쟁은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면서도 현실적인 고민을 토로하는 학생도 있다.

한국에 살고 있다고 밝힌 한 유학생은 "9개월 계약한 원룸 월세와 수강신청 등 복잡한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방금 길에서 5~6명의 한국 사람을 마주쳤는데 마스크를 안 쓰고 있었다"면서 "한국 정부의 방역 능력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유학생들의 우려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국내 대학 가운데 중국인 학생이 가장 많은(지난해 기준 3839명) 경희대의 경우, 27일 기준 약 3600명의 중국인 학생 가운데 2000여명이 입국하지 않았다. 181명으로 예상했던 기숙사 입소자도 절반을 밑도는 70명으로 파악됐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한국인 입국금지' 요구 

지난 27일 웨이보에 올라온 '한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 [웨이보 캡처]

지난 27일 웨이보에 올라온 '한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 [웨이보 캡처]

불안감이 커지면서 중국 유학생과 누리꾼 사이에서 한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힘을 받고 있다.

27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앞에서 만난 우한(武漢) 출신 유학생 포사양(22)씨는 "중국 유학생을 격리하거나, 입국 제한해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서로 오가는 걸 줄여서 두 나라 모두 병을 막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웨이보에 한 사용자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76만명의 동의를 얻었다"며 "한국의 이런 자세를 배우자. 모든 한국인 여행객을 금지하자"고 촉구했다. 이 게시물은 28일 기준 3832개의 '좋아요'를 받고, 3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같은 주장에 이용자들은 "우리도 서명하자. 한국인들은 몇십만명이지만, 우리는 몇억명씩 서명할 수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니냐"는 댓글을 남겼다. "이미 입국한 사람들을 쫓아내면 얼마나 좋을까" "진짜 멍청한 애들이네. 중국인들은 집에서 나오지도 못하는데"라며 감정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5일 칭다오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에 대해 방역 요원이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온 사람은 14일 강제 격리에 들어간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 25일 칭다오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에 대해 방역 요원이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온 사람은 14일 강제 격리에 들어간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하듯 중국에서 한국인 격리·제한 조치는 확대되고 있다. 28일 기준 중국 5개 성(산둥·푸젠·랴오닝·헤이룽장·지린)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를 하고 있다. 격리된 한국인은 약 300명 규모로 알려졌다.

남궁민 기자·김지혜 리서처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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