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3억 올랐다…전세시장 풍선효과 감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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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해 1216대책 후폭풍과 코로나19 여파로 전세 물건이 줄고 가격도 뛰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안내판. [연합뉴스]

지난해 1216대책 후폭풍과 코로나19 여파로 전세 물건이 줄고 가격도 뛰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안내판. [연합뉴스]

오는 4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한모(32)씨는 지난 24일 휴가를 내고 경기도 판교신도시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미리 눈여겨봤던 아파트(이지더원 2차 전용면적 84㎡형)의 전세 매물을 예비신부와 함께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이날 한씨는 계약은커녕 집 구경도 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자 기존 세입자가 낯선 사람의 방문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두 주 전 6억원에 계약이 이뤄졌던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그새 7억원으로 뛰었다. 한씨는 “앞으로 애를 낳아 육아에 도움을 받으려면 부모님 집 근처에 살아야 하는 데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12·16 뒤 강남·수원·용인 전세 급등 #“집 사기 힘들다” 전세 수요 늘어 #보유세 떠넘기는 반전세도 증가 #코로나 걱정에 “집 구경은 안돼” #봄 이사철 전세 수요자만 몸살

판교로뎀 공인중개사무소의 임좌배 사장은 “(기존 세입자가) 나중에 오라고 거절해서 집 구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집을 보지 말고 평면도나 사진을 보고 계약하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들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전셋값 들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봄 이사철을 앞둔 전세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에 코로나19의 여파까지 겹쳤다. 서울 강남권 등 인기 주거지역에선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데 전세 물건은 귀한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 84㎡형 전세는 두 달 만에 3억원이 올랐다. 지난해 12월 12억원에서 최근 15억원까지 뛰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 84㎡형은 10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나온다. 이달 초만 해도 9억원 선이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현대 3단지 84㎡형도 최근 한 달 새 8000만원 올라 7억원에 매물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전셋값은 전달보다 0.43% 올랐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0.95% 상승했고 양천(0.98%)·동작구(0.61%)도 비교적 상승 폭이 컸다. 경기도에선 용인·수원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서울 강남권 집값을 누르자 ‘풍선효과’로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의 집값이 크게 뛴 영향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간 전셋값 상승률은 서울 강남구가 2.6%, 경기도 수원 영통구는 2.8%였다. 같은 기간 경기도 용인 수지구의 전셋값은 3.8% 올랐다.

12·16 대책 전후 전셋값 얼마나 올랐나

12·16 대책 전후 전셋값 얼마나 올랐나

개포 새방공인중개사무소의 전영준 사장은 “집을 살 시기를 저울질하던 잠재적 매수자들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를 보고 전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도 늘고 있다. 주택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으로선 세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셈이다.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로선 반전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준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은 0.37%였다. 2015년 11월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 강남구의 상승 폭(1.09%)이 가장 컸다. 판교로뎀의 임 사장은 “주택 거래가 이뤄져야 전세 매물도 나올 수 있다”며 “대출을 묶어 주택 매매를 옥죄니 결국 집주인도 세입자도 득을 보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세난을 해소할 수 있는 새 아파트 입주 물량도 지난해보다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4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8만352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줄었다. 서울 등 수도권은 4만598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1523가구(20%) 적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주택시장 규제 후폭풍으로 전세 물건이 줄어든 데다 코로나19로 집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전세 수요자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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