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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동호의 비즈니스 현장에 묻다

다른 SNS에서 고객 빼앗아오는 게 성공의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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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모바일 영어회화’ 대박 김민철 야나두 대표 

김민철 야나두 대표가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 자리 잡은 야나두 플래그숍에서 영어회화 잘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 자신도 매일 ‘10분 영어회화’를 수강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민철 야나두 대표가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 자리 잡은 야나두 플래그숍에서 영어회화 잘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 자신도 매일 ‘10분 영어회화’를 수강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사람, 정말 신기한 사람이다. 온라인 성인 영어회화 시장에 진출해 3년 만에 회원 100만 명을 만들어 낸 김민철(45) 야나두 대표 얘기다. 대학 시절 학점이 안 좋고 토익 점수도 없어 서울 청담동 오락실에서 알바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일을 본격적으로 배운 것은 잠깐 거친 소형 광고대행사에서였다. 이 경력으로 KT 계열 광고회사에 들어가 대리까지 했지만 대기업 문화가 불편해 3년 만에 그만뒀다. 그간의 경험으로 롯데자이언츠 전용 야구신문을 만들었지만 8개월 만에 망했다. 하지만 여기서 사업에 눈을 떴다. 야구장 응원 머리띠를 최초로 개발하면서다. 여기서 마련한 종잣돈을 발판으로 무주공산이던 성인 영어회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공부도 효과를 파는 상품이라 보고 #작심삼일 견뎌 완주하는 방법 고안 #설립 3년 만에 100만 가입자 확보 #운동·독서 등으로 적용 분야 확대

김 대표는 영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더구나 “나는 공부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인서울’ 대학에 가지도 못했고, 영어 회화도 한마디 할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발상의 전환이 시작됐다. 자신을 스스로 돌아봤다. ‘내가 왜 영어 회화를 못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누구나 그 답을 알고 있다.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시작해도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난다. 새해가 되면 다이어트로 살을 빼고, 담배를 끊는다. 하지만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 김 대표는 이런 작심삼일 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무엇이든 첫 고비만 넘기면, 누구든 할 수 있다는 가설이었다. 회사 이름도 그래서 ‘야 너도 할 수 있어’ ‘야 나두 했어’에서 나왔다.

과학적 근거도 찾았다. 교육방송(EBS)의 토익 목표 달성이라는 프로그램에서다. 완강률이 10%를 넘지 못한다. 100명이 시작하면 끝까지 공부하는 사람은 10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문제는 여기에 있다고 봤다. 어떻게 하면 끝까지 공부하게 하느냐는 물음이 야나두를 단박에 성공한 기업으로 만들었다.

비즈니스 모델이 참 신기하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공부하게 하는 게 관건이었다. 인터넷 영어 완강률은 10%가 안 된다. 그래서 20%로 끌어올려 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기 부여가 필요했다. 끝까지 수강하면 수강료를 전액 환급하는 방식이다. 얼핏 보면 큰일 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완강률이 10%에서 20%로 오르면 환급액이 늘어난다. 매출액이 줄어들 것 같지만, 공부 효과가 높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수강생이 오히려 몰려든다. 전체적으로 보면 강의료를 20% 할인한 상태가 된다. 공부 효과 본 사람 많아서 좋고, 회사로선 수강생이 늘어나서 좋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가.
“연초에 반짝하는 ‘신년효과’에 주목했다. 3일 고비를 넘겨도 2주차, 3주차가 되면 대다수가 포기한다. 이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는 게 관건이란 걸 알았다. 사람의 동기 부여에는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가 있는데, 뭔가 시작해야겠다는 것은 외적 동기다. 그런데 끝까지 해야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3일 만에 무너진다. 그래서 내적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내적 동기는 어떻게 부여하나.
“기존의 방식은 ‘당신이 알아서 공부하라’는 식이다. 낸 돈이 아까우니 처음엔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하지만 이래서는 지루하니까 3일을 넘기기 어렵다. 그래서 모든 강의를 10분짜리로 만들었다. 하루에 10분만 해도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꾸준히만 하면 반드시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자전거도 안 타보면 못 탄다. 하지만 연습해서 익히면 계속 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루 10분이라도 하도록 관리

장학금도 포기 방지 차원인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공부하기 위한 징검다리다. 첫 7일부터 고비마다 장학금이 나간다. 60일 수강하면 수강료의 50%가 환급되고, 여기서 30일을 추가하면 수강료 전액이 환급된다. 모두 90일이다. 이렇게만 하면 영어가 입에 붙어서 큰 어려움 없이 나온다. 중학교 때 배운 500단어면 누구나 영어로 말할 수 있다. 익히지 않아서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을 뿐이다.”
효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되나.
“수강자는 일반 또는 장학금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수강료는 똑같다. 자신의 의지를 믿으면 그냥 일반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된다. 장학금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학원에서 계속 공부하도록 독려해준다. 운동으로 보면 PT(퍼스널트레이닝)를 해주는 건데 비용은 따로 없는 셈이다. 결과는 명확하다. 장학금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수강자의 완강률이 2배에 달한다. 확실히 효과가 있다.”
수강 기간은 얼마나 되나.
“한 달만 신청할 수도 있지만, 영어 회화는 장기간 시간 투자가 필요한 학습 상품이다. 그동안 국내 영어회화 상품에는 학(學)은 있었지만, 습(習)을 제대로 제공하는 상품은 없었다. 익히는 것은 자신의 몫이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익히는 노하우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상품을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교육의 AS(애프터서비스)까지 체계적으로 만들어 낸 셈이다. 그래 봐야 연간 90일 공부하는 거다.”

작은 곳에서라도 1등 경험 필요

100만 명 넘어선 야나두 회원

100만 명 넘어선 야나두 회원

마케팅에 해박한데 따로 경영학을 배웠나.
“동아대 경제학과를 거쳐 중앙대 대학원에서 뉴미디어를 전공했다. 경영학은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사업 경력이 10년을 넘기면서 시행착오에서 배운 것이 많다. 어떤 상품이든 처음에는 시장을 뚫기 어렵다. 상품수명주기(PLC)를 보면 처음에는 전문가와 적극적인 소비자만 시장에 들어온다. 이들을 잡는 것이 신상품 개발 성공의 관건이 된다. 특히 마케팅은 홍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4P믹스를 고루 잘해야 한다. 4P믹스는 상품(product), 가격(price), 유통경로(place), 홍보(promotion)를 말한다. 앞단의 3P가 제대로 안 되면 아무리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도 성공할 수 없다. 소비자를 빨아들이는 상품부터 제대로 개발해야 한다.”
결국 그런 사업철학이 통한 건가.
“중도 포기하지 않게끔 상품을 설계한 다음에 널리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아무리 좋은 상품도 인지도가 낮으면 팔리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경쟁사가 없는 곳에서 1등 전략을 폈다. 2016년 창업 직후 G마켓 판매사이트 ‘지구’에 광고를 걸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다들 관심 가지지 않는 곳에서 유통 경로를 만든 셈이다. 2017년 1월 2일에는 CJ홈쇼핑에서 승부를 걸었다. 경쟁사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시점에 억대 광고료를 투자해 또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렇게 전략적으로 1등을 만들어내고 배우 조정석을 광고에 섭외하면서 단박에 주목을 끌었다.” 

2030 여성이 북적대는 이유

한국인에게 영어라면 토익·토플부터 떠오른다. 누구나 한 번쯤 치렀을 시험이다. 하지만 모두 ‘시험영어’라서 영어 회화와는 거리가 있다. 한국인의 공통된 고민이다. 김 대표는 이런 고민에서 고객을 공략했다. 특히 2030 여성 고객이 많다. 목적은 편안한 영어 대화다. 요즘 젊은 여성은 수시로 해외를 오간다. 영어가 편하면 여행도 즐거워진다. 그래서 젊은 여성은 야나두의 핵심 공략 대상이다.

이들을 위해 강남역에 오프라인 플래그숍을 만들었다. 주로 스마트폰으로 공부하지만, 비슷한 레벨끼리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준다. 실력도 견줘보고 인적 교류도 되면서 퇴근 시간 이후에는 수강자들로 북적댄다.

야나두는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최근 카카오키즈와도 합병했다. 모바일 기반이다 보니 스타트업 규모의 역량으로는 프로그램 개발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독자적으로 하면 3년이 걸리지만, 카카오는 대형 기업이니 신속하게 할 수 있다. 카카오로선 야나두의 학습 노하우를 높게 평가했다.

합병으로 자본금이 많이 늘어나면서 사업을 확장할 여력이 커졌다. 이를 통해 야나두는 책 읽기, 아침에 제때 일어나기, 물 1L 마시기, 건강보조식품 먹기 등으로 동기 부여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혼자서 못 하는 일을 매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다. 한마디로 ‘당신은 할 수 있다’는 서비스를 팔고 있다.

김동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