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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제자리, 정근우의 행복한 2루수 복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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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수비훈련 중인 정근우(오른쪽)와 정주현. 둘은 주전 2루수 자리를 놓고 경쟁 하는 사이이자 동반자다. 정근우는 ’경쟁보다 좋은 시너지는 없다“고 말했다. [사진 LG 트윈스]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수비훈련 중인 정근우(오른쪽)와 정주현. 둘은 주전 2루수 자리를 놓고 경쟁 하는 사이이자 동반자다. 정근우는 ’경쟁보다 좋은 시너지는 없다“고 말했다. [사진 LG 트윈스]

“세칸 되제(2루수 되지)?” (류중일 LG 감독) “네, 됩니다.” (정근우)

2차 드래프트 통해 한화서 LG로 #나이 들면서 1루수와 외야 전전 #창단 30주년 LG 우승 멤버 꿈꿔

지난해 합류한 정근우(38·LG)를 향해 류중일 감독은 대뜸 질문을 던졌다. 정근우를 향한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 질문이었다. 지난해 전지훈련 때 1루수용 미트, 외야용 글러브, 2루수 글러브를 챙겼던 정근우는 올해 호주 스프링캠프를 떠나면서 2루수용 글러브 하나만 챙겼다. “체력은 아직 자신있다”는 정근우는 “2루수로 돌아왔으니 이 자리에서 팀에 도움이 되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2년에 한 번씩 2차 드래프트를 한다. 팀마다 보호선수 40인을 정하면, 10개 구단이 성적 역순으로 최대 3명까지 지명한다. 팀에서 자리잡지 못한 선수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LG는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정근우를 지명했다. 류 감독은 “(정근우를) 2루수로 쓰기 위해 데려왔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2루수다. 2005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해 잠깐 유격수도 했지만, 주로 2루를 지켰다. 빠른 발, 정교한 타격, 빈틈없는 수비로 이름을 날렸다. 2014년 한화로 이적한 뒤에도 활약을 이어갔다. KBO리그 2루수 통산 최다 안타(1840개), 최다 도루(364개) 기록도 갖고 있다. 국가대표 경력도 화려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금메달), 2013 WBC, 2015 프리미어 12(우승) 등 굵직한 대회마다 빠지지 않았다.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전지훈련중인 정근우. [사진 LG 트윈스]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전지훈련중인 정근우. [사진 LG 트윈스]

지난 2년간 정근우는 2루에서 멀어졌다. 나이가 들면서 수비 범위는 줄었고, 실책은 늘었다. 한화는 신예 정은원에게 2루를 맡겼다. 정근우는 2018시즌 중반부터 1루수 또는 외야수로 나섰다. 정근우는 “내가 세계에서 제일 키(1m72㎝) 작은 1루수”라며 묵묵히 받아들였다. 지난해 전지훈련에는 글러브 3개를 챙겨갔다. 외야 훈련도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시즌 1루수로 31경기, 중견수로 52경기에 출전했다. 2루수로 나간 경기는 하나도 없었다.

명유격수 출신인 류 감독은 정근우에 대해 ‘여전히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다. 아직 붙박이 2루수로 쓰기에는 좀 부족한 정주현(30)과 번갈아 기용하면 팀이 더 강해질 거라는 계산이다. 정근우는 “전성기 때는 사실 ‘그 자리는 내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2년 정도 떨어져 있으며 ‘그 자리가 굉장히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주현이는 수비 범위는 나보다 넓다. 장점이 많다. 경험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데, 그것만 채우면 된다”고 후배를 칭찬했다. “경쟁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정근우의 또 다른 장점은 리더십과 밝은 성격이다. 그는 부산고, 고려대, 한화 시절 주장을 경험했다. 동료들이 그만큼 믿고 따르기 때문이다. 김태균, 이대호, 추신수 등 화려한 경력의 1982년생 동기들 사이에서도 인맥의 중심은 정근우였다. LG 이적 후에도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정근우는 “후배들이 잘 챙겨준다. (박)용택이 형도 징검다리 역할을 해줬다. 다른 팀에서 온 선수가 아닌 인간 ‘정근우’로 봐줘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단 30주년인 LG의 올해 목표는 2002년 이후 밟지 못하고 있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것이다. 정근우는 “부상없이 1년을 보내는 게 목표다. 또 팀이 간절히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서 멤버 중 한 명으로 당당하게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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