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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상도 산업벨트 초긴장…차·정유·조선등 기간산업도 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자동차 공장 일부 라인이 휴업에 들어간 지난 4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에서 1조 근무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자동차 공장 일부 라인이 휴업에 들어간 지난 4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에서 1조 근무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에 골병드는 한국 경제 

# 경북 경주에서 자동차 프레임을 생산하는 서진산업은 이달 24일까지 공장을 폐쇄한다. 지난 21일 숨진 직원(41)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뒤늦게 받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다. 자동차 업계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내 부품 공급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 “구미 사업장은 24일 오전까지 폐쇄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구미 사업장을 폐쇄를 결정하면서 공장 직원에게 이같이 공지했다. 사업장에 근무하는 여직원(28)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신제품 갤럭시S 20과 Z플립을 생산하고 있는 사업장은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생산 시설이 모두 멈췄다. 삼성전자는 “구미사업장 전 시설에 대해 방역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역 사회 감염 확산에 따라 각종 공장으로 직장 폐쇄 사업장이 늘고 있다. 대구와 경남・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곳에 공장과 산업 현장이 많은 기업의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조선업계도 경남 벨트에 모여 있는 사업장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중국 방문 이력에 더해 대구·경북지역까지 방문 이력을 파악해 직원의 자택근무 등을 권고하고 있다.

부산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23일 오전 부산 동래구 동래시장에서 상인회가 영업을 중단하고 방역작업을 펼쳤다. 이날 부산의 코로나19 확진환자 수는 총 16명이다.송봉근 기자

부산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23일 오전 부산 동래구 동래시장에서 상인회가 영업을 중단하고 방역작업을 펼쳤다. 이날 부산의 코로나19 확진환자 수는 총 16명이다.송봉근 기자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관리직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이 직원이 근무하던 사무실 1개 층을 5일간 폐쇄했다. 이 직원은 지난 15일 포항의 한 식당에서 아버지와 가족식사를 했는데 21일 아버지가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자가격리 직후 현대제철은 방역을 실시하고 전 직원을 상대로 밀접 접촉자와 증상 유무를 조사했다. 해당 직원은 2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에 이어 대구·경북발 부품 부족 오나

자동차 업계는 대구·경북발 부품 부족 사태를 걱정한다. 중국발 부품 부족에서 이제 막 벗어나려던 것에서 다시 또 악재가 터진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대구·경북 부품업체가 코로나19로 생산을 멈추면 국내 완성차 업체가 모두 영향을 받는다”고 걱정했다. 해당 지역에 있는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는 60여곳에 달한다. 현대차그룹과 한국GM, 쌍용차 등은 중국에서 만드는 와이어링 하니스 수급 문제로 이달 초부터 휴업과 조업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 업계는 판매 위축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영업점 방문객이 평소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기아차는 고객이 영업점에 오지 않아도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가격표를 집으로 보내주는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구미공장 근로자 중 대구와 청도 지역 거주자와 방문자에 대해 재택근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두 지역이 코로나19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데 따른 것이다. 또  또 대구 지역 확진자와 동일한 장소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 직원들에게 공가를 부여하기로 했다.

울산 석유화학공단 전경.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유와 화학산업계에 빨간불이 들어았다. [중앙포토]

울산 석유화학공단 전경.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유와 화학산업계에 빨간불이 들어았다. [중앙포토]

항공유 수요 15~20% 줄어 

대표적인 기간 산업으로 꼽히는 정유와 석유화학은 수요 급감에 따른 추가 실적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하락한 정유업계에선 코로나19로 실적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난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이 39.6% 급감한 것을 비롯해 GS칼텍스 -28.7%, 현대오일뱅크 -21%, 에쓰오일 –29.8% 등 일제히 전년 대비 20~30% 줄었다. 업계는 올해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며 석유제품 수요가 살아나고 정제마진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당장 물류와 이동인구가 줄면서 항공유만 해도 15~20%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23일 대구 도심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23일 대구 도심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중국의 소비가 멈춰서면서 각종 플라스틱 제품의 소비자 수요는 크게 줄고 재고는 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에틸렌글리콜(EG) 재고는 1월 말 35만t에서 현재 57만t으로 증가했고, 폴리에틸렌(PE) 재고도 25만t에서 69만t으로 급증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가 계속 번지면서 석유화학 제품 재고 증가는 지속할 전망”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일정 기간 재고 해소 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가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23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많은 좌석이 비어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가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23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많은 좌석이 비어 있다. [뉴시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춘 보고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1.8%로 낮췄다.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올해 초 한국 성장률을 2.2%로 봤다가 1.8%로 내렸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이 최대 0.2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23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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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아·강기헌·장주영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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