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호트 격리' 들어간 청도 대남병원···"병원 마비, 고통스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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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대남병원 앞에 방호복을 입은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병원을 드나들고 있다. 윤상언기자

23일 오전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대남병원 앞에 방호복을 입은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병원을 드나들고 있다. 윤상언기자

23일 오전 찾은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대남병원. 겉으로 보기엔 평온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이곳은 무려 112명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를 낸 곳이다. 사망자 4명 중 3명도 이곳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다. 청도대남병원이 ‘병원 내 집단 감염의 진원지’인 셈이다.

‘코로나 사망자’ 4명 중 3명 나온 병원 #‘코호트 격리’ 시행…현재 169명 격리 #격리된 인원들 끼니마다 도시락 먹어 #입원자 “이해 하지만 치료 미흡 고통”

병원 안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청도대남병원은 ‘코호트 격리’가 이뤄지고 있다.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 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다.

이날 청도대남병원 입구 유리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나아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입간판도 입구 쪽에 세워놓았다. 잠긴 입구 너머로 어떤 상황인지 말을 걸어도 모두 피하는 분위기. 입간판이 채 가리지 못한 틈 사이로 보라색 병원복을 입은 직원들이 로비를 지나다니는 모습이 간간이 보였다. 한 명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청도대남병원과 연결된 청도요양병원에서 방호복으로 온몸을 중무장한 1명이 음료를 안으로 건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기자가 “환자들을 위한 음료를 안으로 들여보내는 것이냐”고 물으니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대남병원. 윤상언기자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대남병원. 윤상언기자

한때는 청도대남병원 바깥으로 방호복을 입은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실려 나오기도 했다. 병원 앞에 세워져 있던 응급차에 실려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서였다. “어디로 가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에도 직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청도군이 낸 자료에 따르면 이 환자는 발열이 심해져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방역당국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병원을 드나드는 모습도 포착됐다. 사복에 마스크를 낀 4명이 내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눈 후 병원에 들어가 10분 뒤 다시 나왔다. 관계자 중 한 명은 기자에게 “업무 지원 목적으로 왔지만, 내부 상황이 계속 변동되고 있어서"라며 말끝을 흐린 채 발길을 돌렸다.

낮 12시쯤엔 청도군청에서 도시락이 담긴 박스를 화물차에 20박스 정도 실어 병원 앞으로 가져왔다. 청도군 관계자는 “끼니마다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380인분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청도대남병원과 부속건물에 있는 의료진은 배달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23일 낮 12시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대남병원 앞에 청도군 관계자들이 도시락이 든 상자를 배달하고 있다. 윤상언기자

23일 낮 12시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대남병원 앞에 청도군 관계자들이 도시락이 든 상자를 배달하고 있다. 윤상언기자

가까스로 청도대남병원에 입원하다 격리된 환자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지난 13일 병원 1층 통증클리닉에 입원한 A씨(54)는 “내부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라며 “1층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바깥은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 아주 답답하다. 도시락과 나물 반찬이 식어서 나오는 것이 조금 불편하지만 이해는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이 마비된 상태여서 허리가 너무 아픈데도 통증 주사조차 놓아주지 않는 상태라 몹시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현재 청도대남병원에 격리된 의료진과 입원 환자들은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자기가 머무르는 층에서만 이동하는 ‘수평이동’만 허용된 상태다. 감염자가 속출한 5층 정신병동으로 가지 못하는 건 물론 다른 층도 갈 수 없다. 자유롭게 이동을 하다 자칫 추가로 병원 내 감염자가 생길 수 있어서다.

청도군에 따르면 이 병원 5층 정신병동에 있던 환자 중 확진을 받은 89명과 정신질환자 2명, 일반환자 13명, 의료진 등 직원 65명 등이 청도대남병원에 격리돼 있다. 확진환자 중 19명은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됐다. 일반환자 30명은 퇴원 후 자가격리, 의료진 등 직원 41명도 자가격리 조치됐다.

지난 22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 입원 중이던 한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 입원 중이던 한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청도대남병원은 건물 면적 1만2300여㎡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5층에 27실 135개 일반병상과 54실 230개 병상의 요양병동, 11개 병상의 응급실, 1개 수술실 등을 갖췄다. 층별로는 1층 외래, 2층 일반병동, 3층 요양병동과 일반병동, 5층은 정신병동으로 구성돼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22일부터 의료진 20명(정신과 의사 2명, 간호사 12명, 간호조무사 6명)과 군(軍) 지원 감염내과의사 1명이 파견돼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보건당국도 청도군 대회의실에 18명 규모의 범정부특별지원단을 꾸려 방역구호물품 배부, 자가격리자 관리 등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청도=윤상언·김정석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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