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軍 2박3일 휴가' 통합당 1호공약···"병력 10% 줄어드는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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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해군 대형수송함 독도함에서 대규모 함상 취업박람회가 열려 구직을 희망하는 군인과 시민 등 1만 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해군 대형수송함 독도함에서 대규모 함상 취업박람회가 열려 구직을 희망하는 군인과 시민 등 1만 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중앙포토]

지난 17일 미래통합당은 ‘군인 정년 60세, 매달 병사 2박 3일 휴가’를 총선 공약 1호로 발표했다. 군인 정년은 일반 공무원(만 60세)에 크게 못 미쳐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선 논란도 크다. 군 당국도 내부적으로 정년 연장을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미래통합당 공약과는 차이가 크다.

정년 연장, 국방예산 대폭 증액해야 가능 #군인연금 추가 지급도 정부 재정에 부담 #월 2박3일은 휴가 2배로 늘어나는 것 #자원 부족한데 병력 10% 줄어드는 효과

현재 직업 군인은 장기복무 인원으로 선발되지 않으면 20대에, 제때 진급을 하지 못하면 계급별 연령 정년에 따라 40대에 군복을 벗어야 한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계급별 연평균 전역 인원’ 자료에 따르면 중위 계급 전역자 비율은 58.1%로, 장교 중 가장 높다. 이들은 대부분 장기복무 인원으로 선발되지 못하고 의무 복무만 한 경우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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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 계급 전역자는 2302명으로, 이들의 정년은 중위와 마찬가지로 43세다. 장교는 중령으로 진급해야 53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 (그래픽 참조) 군인들 사이에서 중령 진급을 "내 꿈은 정규직"이라고 하는 이유다.

일반 공무원 정년인 60세까지 복무하는 건 '별'에도 허락되지 않는다. 전체 장교 중 0.1%에 해당하는 중장(만 61세)으로 진급해야 가능하다.

부사관은 장교보다 더 빠른 대부분 20대에 조기 은퇴한다. 지난해 기준 임관자 중 장기 복무를 하게 된 인원은 전체의 46.9%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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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군 내에서도 정년 연장이 꾸준히 논의됐다. 군대처럼 계급 구조를 갖는 경찰 공무원은 대부분 정년을 채우고 퇴직한다.

하지만 선결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당장 예산이다. 예를 들어 미래통합당 공약처럼 군인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면 소령의 경우 진급하지 못하더라도 45세부터 60세까지 15년을 추가로 복무한다. 정년이 늘어나면 당장 인건비 예산이 늘어나야 하고 은퇴 뒤 지급할 군인연금 규모도 증가한다.

올해 국방예산 가운데 급여는 총 14조 5906억원이고, 연금에는 3조원이 배정됐다. 이 중 병사봉급이 2조 1000억원으로, 급여의 대부분은 직업군인에게 지급된다. 정년을 연장할 경우 최소 연간 수조 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군 관계자는 “직업군인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정년 연장 논의는 반갑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적으로도 정년 연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40대 중반에 은퇴하는 소령의 정년을 50대 초반으로 끌어올리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군대 문화도 걸림돌이다. 국방부 개혁실장을 지냈던 홍규덕 교수(숙명여대)는 “스웨덴의 경우 진급하지 못해도 정년까지 복무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직적 계급 문화가 강해 당장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제 현역으로 복무 중인 A 대령은 “선ㆍ후배 정서가 남아있는데 후배가 선배를 마음 편히 지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 방법으로 전역자를 군무원으로 다시 채용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채용 규모가 전역자에 비해 적다. 연평균 연간 조기 간부전역자(중사ㆍ대위ㆍ소령)는 6487명 정도인데 전체 군무원 채용 대상 4736명 중 경력 채용은 1719명이다.

조기에 전역하는 직업 군인에겐 군인연금이 마지막 보루다. 수령 연한(19년 6개월)을 채우면 전역 직후부터 바로 지급된다. 소령 전역자는 약 220만원을 매월 수령한다. 하지만 40대 중반에 연금만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에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최근 소령으로 전역한 B 씨는 “군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경쟁이 치열하다”며 “20년 이상 군 복무를 했지만 마땅한 재취업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병사 휴가를 확대하겠다는 미래통합당의 공약도 논란이 되긴 마찬가지다. 모든 병사에게 매달 2박 3일의 휴가를 보장할 경우 휴가 일수는 현재 24일(18개월)보다 두 배 이상 많은 54일로 늘어난다.

군 관계자는 “현실화되면 병력의 10%가 줄어드는 효과”라며 “안 그래도 인구 감소로 병력 자원이 부족한데 복무 기간을 늘리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용한ㆍ이근평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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