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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 암소 한 마리』<서울 충무로3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요즘 국내 히로뽕 밀매조직의 실태를 파헤치는 영화『코리안 커넥션』을 촬영하고있다.
영화의 성격상 액션장면이 많아 야간촬영이라도 마치고 충무로로 돌아오면 스태프·연기자 할 것 없이 모두 녹초가 되게 마련이다.
이럴 때 우리는 인근 공중 탕에서 대충 샤워를 하고 어김없이 서울 충무로3가 대원빌딩 앞에 있는「원진 암소 한 마리」집(286-5900)을 찾게 된다· 사골로 우려낸 국물에다 시래기를 듬뿍 넣은 우거지 탕을 비워내면 밤새의 피로는 저만큼 물러나 앉는다.
촬영 등의 일이 없는 저녁에도 이 집을 즐겨 찾게 되는데 벌써 10년이 넘은 것 같다.
저녁 메뉴는「암소 한 마리」.암소의 각종 부위인 등심·차돌박이·제비추리·아롱사태·간·천엽·꽃살 등 15가지를 조금씩 모아 한 접시에 내놓는다 해서「암소 한 마리」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붙인 듯 하다. 어쨌든 나는「암소 한 마리」을 앞에 놓고 식도락을 즐기는 셈이다.
특히 겨자와 생강을 곁들인 간장에 버무린 잘게 썬 작은 파를 고기와 함께 먹는 맛은 참 일품이다.
고기를 다 먹은 다음 밥 반 공기 또는 냉면 작은 그릇으로 후식을 삼으면 뿌듯한 만찬의 기쁨도 절로 나온다.
암소 한 마리 1접시에 2만5천 원. 다소 비싼 감이 없진 않지만 4사람이 2시간 이상 소주를 비워내며 즐길 수 있으니 비싼 것만은 아니다.
음식점 풍경도 여느 대중음식점과 똑같이 수수하고 시끌벅적하다. 나의 경우엔 여기저기서 관심을 보이는 팬들의 시선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팬들로부터 격려도 받고 질책도 듣게돼 그 또한 즐거운 일이다.신성일<영화배우·성일시네마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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