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붙고 보자" 고졸 모집에 상향지원|취직도 "재수 러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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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취업전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급 학력의「취업재수생」들이 크게 늘고있다.
졸업정원제 실패로 85년부터 매년 10만여 명씩 양산된 대졸출신 고등실업자의 적체는 89년 현재 30여만 명.
이 같은 적체 현상은『어떤 직장이든 붙고 보자』는 심리를 자극, 고졸자 대상 입사시험에 대졸자가 몰리는 등 연계실업 체증현상까지 빚고있다.
특히 기업들도 졸업자들보다 졸업예정자를 선호하고 면접시험 비율을 높인 데다 방학중 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재학생을 채용하는「인턴사원제」가 정착되는 등 졸업실업자의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자 컴퓨터학원 등 각종 기술학원·어학학원·공무원시험준비학원 등에는 취업재수생들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있다.
◇취업재수생=89년의 경우 대학졸업생 16만5천명 중 취업 7만6천명, 군 입대·대학원진학 2만 명 등 9만6천명을 뺀 6만9천명이 대졸 실업자.
중앙대 김영모 교수 등이 금년 상반기 중 서울대·고대·부산대 등 6개대 졸업생 1만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취업률 비교에 따르면 87년 현재 대졸 순수취업률은 40·5%로 71년의 53·1%에 비해 12·6%나 떨어졌다.
대졸실업자는 71년 14·5%, 87년 28·5%로 2배 이상 늘었고 이중 남자 27·9%, 여자 67·8%로 여대졸업생의 취업은 남자의 반도 안 된다.
◇취업학원=7, 9급 공무원시험준비학원에서 컴퓨터·디자인학원과 각종 외국어학원, 심지어 만화영화학원까지「취업재수생」들이 몰리고 있고 재학생들 사이에서도『기술하나 없으면 취직 못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학원수강 붐이 일고 있다.
서울영등포 제일고시학원 조창현 원장은『2∼3년 전부터 대졸수강생이 크게 늘어 7급 공무원시험은 90%이상대졸자가 응시하고 9급의 경우도 50%이상』이라고 말했다.
9월 9일 인천시교위가 실시한 10급 기능직공무원시험에는 60명 모집정원에 6백 명이 지원했고 이중 1백60명이 대졸 자로, 선택으로서의 취업이 아닌 취업을 위한 취업의 하향지원을 증명했다.
서울 대현동 중앙전산학원 강사 최일중씨는『1천여 명의 수강생 중 재학생과 졸업생이 80%이상으로 최근2∼3년 사이 부쩍 늘었다』며『재학생들은 방학에 많이 수강하지만 30%정도인 취업재수생은 봄에서 가을까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취업대책=서울여대에서는 9월초 4학년 학회장들로 구성된 졸업준비위원회가「현실」 이라는 취업정보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했고 숭실대·경기대·동덕여대 등도 학생들이 취업정보잡지를 만들어 면접요령·유망업종 등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대학 측이 학생들에게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아 경북대·중앙대·동덕여대 등은 각 기업체의 특성과 유망기업·업종·면접요령 등에 대한 정보지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무료배포하고 있다.
대졸인력문제연구회장 김농주씨(37·연세대 취엄담당관)는『인문계와 이공계의 비율 자체가 문제고 이론에만 치우친 대학교육이나 협소한 노동시장구조도 개선돼야 한다』며『외국 상사들이 몰려오는 것에 대응, 우리 대학생들도 동남아·일본·유럽 의 기업들에 직접 취직할 수 있도록 무역진흥공사 등이 취업센터를 만들고 대학교육도 개선하는 등 국제화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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