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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근로자 40명 봉사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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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방글라데시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이 강원도 인제군 한계리 옥녀탕휴게소 식당에 쌓인 흙을 걷어내고 있다. 인제=이찬호 기자

"힘내라 힘! 힘내라 힘!"

30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리 옥녀탕휴게소 지하 1층 식당. 4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식당에 쌓인 흙을 삽으로 퍼내고 마대자루에 담아 옮기면서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자신들은 물론 집중호우로 많은 것을 잃은 휴게소 관계자를 격려하는 구호였다. 15일 내린 폭우로 휴게소 주차장에는 바윗덩어리와 큰 나뭇가지가 덮였고 식당에도 1m 두께로 흙이 쌓여 있었다. 이들은 3시간 동안 80평 규모의 식당 안 흙을 모두 치웠다.

이날 중앙일보와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 한국자원봉사협의회가 주관하는 수해복구 자원봉사에 나선 외국인은 경기도 안산시외국인노동자센터와 연결된 방글라데시.스리랑카.인도네시아인 근로자들.

이들은 공장일로 몸과 마음이 피곤해 일요일만이라도 푹 쉬어야 할 처지였으나 수재민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어 이날 봉사에 나섰다. 이들이 봉사를 계획한 것은 17일. 집중호우로 많은 주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지켜 본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이 수재민들을 돕자는 의견을 나눴다. 공동체 회의에서 30여 명이 자원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95년 한국에 온 제키(36)는 "한국 사람은 아니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모자라는 데다 방법도 알 수 없었던 이들은 안산시노동자센터에 이 같은 뜻을 전했고, 센터는 안산시에 협조를 요청했다. 시는 버스와 장비를 지원했고 국경 없는 마을, 파키스탄식당인 파라다이스, 고려상회 등 이들과 직.간접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지역사회는 세 끼의 식사 및 성금을 지원했다. 방글라데시 근로자들도 2만~3만원씩 성의껏 모아 '사람을 돕자(Help The People)'란 글이 쓰인 셔츠, 수재민에게 전달할 4상자의 라면과 생수 등을 준비했다. 이들 외에 스리랑카.인도네시아.우간다.나이지리아 출신 근로자들도 참여했다.

기노시타 나오코(34) 등 일본.필리핀.미국 등 외국인 19명도 30일 평창군 진부면 호명리에서 수재민들을 도왔다. 이들은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강서지부 산수원산악회원 22명과 함께 1000여 평의 밭에 배추를 심는 등 농작물 복구작업을 했다.

※봉사참가 및 요청 : 국번없이 1365(시.군.구 자원봉사센터), 02-552-2612 ~ 3(중앙종합상황실)

인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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