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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등 돌렸다…뚝뚝 떨어지는 미국 와인 가격

중앙일보

입력

꾸준히 떨어져 온 미국 와인 가격이 올해 최저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CNN은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포도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미국산 와인 가격이 최근 5년 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2016년부터 미국 내 주요 포도 산지인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는 여러 종류의 효율적인 포도 경작법이 도입됐다. 생산자들은 세계 와인 수요가 오르는 틈을 타 포도 경작지도 대폭 늘렸다. 미국 포도재배자연합의 제프 비터 대표는 "2015년에 와인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에서 포도 재배 붐이 일었는데 이제 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사 실리콘밸리뱅크의 와인 담당 연구원 롭 맥밀런은 "올해 미국인들은 최근 20년 중 가장 싼 가격에 좋은 와인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와인용 포도 재배지. [picabay]

미국 캘리포니아의 와인용 포도 재배지. [picabay]

입맛 변하고, 웰빙 열풍으로 와인에 등 돌려 

반면 미국 내 와인 소비는 감소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를 인용해 미국인들의 와인 소비량이 전년보다 1%가량 떨어져 2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WSJ는 소비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밀레니얼 세대(2000년대에 성인이 된 세대)가 와인보다 논 알코올 맥주나 칵테일, 탄산수 같은 대체 음료를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IWSR의 미국 대표인 브렌디 랜드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와인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논 알코올 혹은 저 알코올 음료 상품 소비가 늘고, 소비 트렌드가 웰빙으로 바뀌면서 와인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엔 레드와인을 적당량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있었지만, 최근엔 이와 반대되는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어떤 술이든 백해무익하단 게 학계 정설이다. 플로리다주 보카레이턴에 거주하는 부동산중개인 스테이시 가르시아(47)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건강이 좋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와인을 멀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와인 대신 논 알코올(non-alcohol) 음료 시장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IWSR에 따르면 2019년에 저 알코올, 논 알코올 맥주는 판매량이 6.6%나 뛰었다. 낮은 도수에 달콤한 맛을 앞세운 캔 칵테일 등 주류 가공품 판매량은 50%나 뛰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는 와인에서 탄산수나 칵테일, 논 알코올 음료 등으로 옮겨가는 추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flickr]

미국 밀레니얼 세대는 와인에서 탄산수나 칵테일, 논 알코올 음료 등으로 옮겨가는 추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flickr]

고가 와인 시장은 커져…"밀레니얼도 언젠가 술 찾을 것"   

특히 와인 판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10달러 미만의 와인 소비가 대폭 줄었다. 대신 고가 시장에 대한 수요는 늘었다. 일반적으로 저가 와인은 보관용으로 쓰이기보다는 빨리 소비되는 편이기 때문에 IWRS 입장에선 저가 와인 판매가 부진한 게 와인 소비가 감소한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와인 소비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와인 소비액은 1년 전보다 1.1% 증가했다. 와인에 쓰는 돈은 더 많아졌단 뜻이다.

와인 판매 사이트 'Wine.com'의 운영자 리치 버그선드는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베이비 부머 세대(1946~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만큼 와인에 돈을 쓴다. 웹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한병당 가격은 30달러로, 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밀레니얼 세대가 시간이 지나면 와인을 더 많이 소비할 것으로 기대했다. "나이가 들수록 술이 당길 것"이란 통념을 미국 와인 업계 종사자들은 굳게 믿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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