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객 데려오는 도중 14명 확진…美도 '코로나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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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 도쿄 하네다 공항 활주로에 요코하마 항에 2주간 격리됐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을 태운 버스가 보잉 747 전세기 옆에 서 있다. 미 국무부는 무증상을 보인 328명 승객을 송환하려 15대 버스로 이동하던 중 14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전세기에 태워 그대로 송환했다.[AFP=연합뉴스]

17일 밤 도쿄 하네다 공항 활주로에 요코하마 항에 2주간 격리됐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을 태운 버스가 보잉 747 전세기 옆에 서 있다. 미 국무부는 무증상을 보인 328명 승객을 송환하려 15대 버스로 이동하던 중 14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전세기에 태워 그대로 송환했다.[AFP=연합뉴스]

중국의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상대적으로 초연했던 미국도 상황이 심각해졌다. 17일(현지시간)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이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미국인 승객 가운데 확진자 14명을 포함한 328명을 한꺼번에 전세기로 송환하면서다. 결과적으로 미국 내 확진자는 15명에서 29명으로 두 배로 뛰었다.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일제히 이들의 귀국 소식을 인터넷 톱기사로 올리기 실시간 업데이트를 내보내기도 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여파 #요코하마→하네다 이동중 감염 통보, #버스 내 일반 승객과 40분 동안 노출 #국무부 "발열 등 증상없어, 탑승 결정" #플라스틱 시트로 꼬리부분 임시 격리 #도착 땐 일반승객 5명 발열 증세 보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미국은 크루즈 승객 귀국에 따라 한국 다음인 29명으로 늘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 미국은 크루즈 승객 귀국에 따라 한국 다음인 29명으로 늘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신종 코로나 감염자를 대거 귀국시킨 건 사전에 의도했던 일도 아니었다. 미 국무부·보건복지부 합동 브리핑에 따르면 당초 크루즈 승객 송환 계획은 감염자는 물론 기침·발열 등 증상이 있는 감염 의심 환자는 제외였다. 그래서 감염 의심자 및 가족, 이번 전세기 귀국을 거부한 61명이 크루즈선에 남았다.

대신 귀국을 희망한 328명이 배에서 내려 요코하마항에서 전세기 두 대가 대기하던 하네다 공항까지 15대의 버스로 이동했다. 그런데 버스로 이동 중인 상황에서 이 가운데 14명의 승객에 대해 신종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일본 정부 통보가 있었다고 한다.

윌리엄 월터스 국무부 의료지원 국장은 계획과 달리 확진자를 대거 송환한 데 대해 "이미 14명이 버스로 이동 중에 결과를 받았기 때문에 그들을 격리해서 철수를 완료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며 "확진자를 포함해 328명 중 증상이 있는 환자가 없었기 때문에 비행기 탑승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리핑에선 일정 기간 잠복기 동안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무부 결정에 질병통제센터(CDC)와 보건복지부는 반대 의견을 낸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문제는 앞으로 감염자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전세기 두 대로 각각 캘리포니아 트래비스 공군기지와 텍사스 랙랜드 공군기지에 도착한 승객 가운데 감염자 외에 5명이 발열 증세를 보여 별도로 격리됐다. 감염자 14명도 의료시설에 격리됐다. 이후 고위험군 환자들은 네브래스카 오마하로 옮겨져 네브래스카 주립대 전문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을 것으라고 국무부는 밝혔다. 나머지 승객들도 도착한 공군기지에서 추가로 2주간 격리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국무부는 이들 14명의 감염자가 다른 일반 승객과 접촉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감염 결과를 통보를 받기 전) "하네다 공항 활주로까지 이동하는 버스에서 40분 동안 다른 크루즈 승객과 함께 동승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밀폐된 공간에 함께 있었다는 뜻이다.

대신 하네다공항에서 미국까지 비행하는 동안 보잉 747 전세기 안에선 감염자와 다른 승객을 분리하기 위해 맨 뒤편 꼬리날개 부분에 18석 크기 격리공간을 만들어 3m 높이 플라스틱 시트로 봉쇄했다고 밝혔다.

월터스 박사는 "기내에서 공기는 앞부분 기수에서 꼬리를 향해 흐르기 때문에 국무부 직원 등 승무원이 맨 앞 안전구역에 탔고 이어 일반 승객, 격리구역 순으로 탑승했다"며 "감염자는 탑승구도 맨 뒤쪽을 이용하도록 분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승객 전원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왜 철수를 서둘러 진행했느냐는 질문에 "검사 결과가 며칠 뒤에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중국 바깥에서 최대 신종 코로나 감염 사례를 발생한 크루즈에 대한 대처와 일부 승객의 감염을 발견한 뒤에 송환을 서둔 데 대해선 여러 까다로운 의문들과 비판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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