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 알콜 농도 측정 오차 가능성 높다|서울대 채범석 교수 음주운전 측정의 문제점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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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오명을 부채질하는 한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이 대폭 강화됐다. 의식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상태에서 차를 모는 것은 운전자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자해행위가 됨은 물론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살인행위도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과 처벌강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처벌강화에 따른 요건으로 혈중 알콜 농도가 음주측정기(알콜 미터)로 정확하게 측정돼야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와 관련, 혈중 알콜 농도의 측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있다.
서울대의대 채범석 교수(생화학)는『음주측정기에 환산돼 나타난 혈중 알콜 농도 치는 실제보다 2배까지 높게 과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측정 외 보조수단으로 보행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동맥혈을 뽑아 정밀검사를 하는 보완수단을 적용하는 나라가 많다.
농도측정의 오차율은 계산오차·분석오차·생물학적 요인에 의한 오차·측정기기에 대한 오차가 어우러져 나타난다.
특히 술 마신 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혈중 알콜 농도와 입김을 불어넣을 때(호기 중)의 알콜 농도를 잘 반영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차, 즉 생물학적 요인에 의한 오차가 미국·서독·스위스·스웨덴 등 선진 각국에서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대학 의대 마틴 교수(소아과)팀과 바젤대학 의대 몰 교수(의학부)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알콜 성분이 위장 관에서 흡수되는 동안 음주측정기로 잴 때는 실제보다 75%, 혹은 90% 더 높게 나타나며 심지어 2배 이상 높게 수치가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 교수는『이는 알콜의 흡수 중에는 혈액과 호기 비(2천1백대1)가 일정하지 않아 변동폭이 큰데도 음주측정기가 이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치안당국이 사용하고 있는 음주측정기는 미국의 인톡시미터 사와 한국의 월성전자가 생산하는 것으로 충당되고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전기화학적 센서를 이용한 측정기기로, 기존의 가스크로마토그래피·적외선 흡광도법·습식 화학적 산화반응을 이용한 것에 비해 휴대가 간편하고 짧은 시간에 적은 입김으로 측정이 가능해 많이 쓰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음주측정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어서 오차율이 어느 정도인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월성전자의 이주성 대표이사는『일본 피가로사의 측정기는 정밀도가 다소 떨어지나 국내사용 기기는 오차율이 0·0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종전 미국 것은 솔잎·성냥의 황·치클민트 껌을 단속과정에서 씹으면 농도가 잘 안나와 센서를 국산으로 바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오차가 생긴다면 그것은▲단속하는 사람이 표본채취를 해 캘리브레이션(정밀도유치관리를 위한 교정)과정에서 잘못 교정하는 경우▲방금 술 먹은 사람의 입안에 남아있던 알콜(마우스 알콜)에 의한 영향▲배터리가 닳았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알콜의 혈중농도가 0·1%(체중60kg 남자가 25%소주 4잔을 마신 정도)에 달하면 수다스러워지고 걸음걸이가 흔들리는데 음주자의 약 50%가 이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통사고의 위험이 특히 높아지기 시작하는 것은 0·15%부터인데 이때부터는 앞쪽이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는「터널시」현상이 나타나므로 운전은 금물이다.
알콜 분해효소(ADH)의 유무 등 개인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체로 0·3∼0·4%면 마취 또는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특히 술꾼이라도 알콜 농도가 0·5%가 넘으면 목숨을 잃게 되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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