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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닻 올린 미래통합당, 쇄신 없이 민심 못 얻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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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 야당 ‘미래통합당’(통합당)이 닻을 올렸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 향한 전진 4.0 등은 어제 출범식을 열고 통합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의석 113석을 가진 거대 제1야당의 출범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모래알처럼 흩어졌던 보수당이 3년여 만에 단일 대오를 형성하게 됐다. 황교안 대표도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 달라는 국민의 강력한 외침이 미래통합당의 출발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4월 총선을 앞둔 지금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멈추게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정부·여당을 견제할 야당 통합이 박수 받는 이유다. 그러나 덩치만 불리는 식의 이합집산이나 낡은 보수로 되돌아가는 ‘도로 새누리당’이 된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통합 논의 과정을 봐도 사실 실망스러운 부분이 적잖다. 소리와 구호는 요란했지만 보수가 확 바뀌었다고 느낄 만한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도, 속시원한 비전과 대책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조국 사태와 사법 방해, 북핵 문제, 부동산 정책 등 정부의 실정과 민주주의 유린 행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보수 야당은 무능·무기력했다.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며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헛발질로 분노를 샀고, 급기야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비난도 자초하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황 대표의 책임이 막중하다. ‘문재인 정부 심판’만 외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낡은 보수의 구태를 벗겨내고 중도 세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일대 쇄신을 주도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황 대표에게 있다. 그런 면에서 불출마 결단을 내리며 합류한 유승민 의원이 어제 출범식에 참석하지 않은 건 이유야 어떻든 유감스럽다. 앞서 황 대표는 유 의원과 만나 보수 혁신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열흘이 넘도록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의 전원 사퇴와 기득권 포기 제안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실망한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이 통합 논의 과정에서 이탈한 것 역시 뼈아픈 대목이다.

최근 ‘정부 견제론’이 ‘정부 지지론’보다 다소 높게 나온 일부 여론조사에 야당이 고무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론은 가변적이다. 야당이 덩치가 커졌다고 해서, 정부에 실망한 국민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야당을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면 오산이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희생과 쇄신, 공천 혁신,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없는 통합은 사상누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