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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일인자 46일만에 파직···화장장, 주인 없는 폰 구슬프다“

중앙일보

입력

1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독려하며 순찰을 돌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독려하며 순찰을 돌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이 13일 후베이(湖北)성과 우한(武漢)시 일인자를 교체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발생 사실을 처음 발표한 지 46일 만에 취한 징계다. 잉융(應用) 상하이시 당서기가 소방수로 후베이 당서기에 임명됐다. 잉융 신임 서기도 시진핑 사단의 일원이다. 능력보다 충성을 앞세운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한의 반응은 담담하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SNS에 우한의 상황을 전하고 있는 팡팡(方方) 후베이 작가협회 전 주석은 “파직당한 뒤에야 우한 시민의 심정을 이해할 것”이라며 과거 황제의 “파면된 관리를 영원히 복직시키지 않는(永不敍用·영불서용) 법을 적용하라”고 일갈했다. 그는 점차 정부의 조치에 인간미가 붙기 시작했다며 안도의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은 팡팡의 2월 13일 자우한 일기다. (원문 http://fangfang.blog.caixin.com/archives/221490 )

[공감우한②] 소설가 팡팡의 우한 일기 #화장장 가득 쌓인 휴대폰 사진에 울컥 #소리치며 살려달라는 동영상 점차 줄어

정월 스무날. 정오에 창을 열었다. 태양은 또 떠올랐다. 오늘은 리원량(李文亮·신종 코로나 발생을 처음으로 고발했지만 경찰에 유언비어 유포로 징계 당한 의사 6일 숨졌다)이 떠난 지 일주일, 두칠(頭七) 아닌가? 두칠은 멀리 떠나가는 이가 이승을 되돌아보는 날. 리원량의 영혼이 다시 고향에 돌아왔다면 무엇을 보았을까?
어제저녁부터 이틀째 인터넷에 맥이 풀렸다가 다시 기운이 솟았다. 장강일보(長江日報·우한시 기관지)가 세 편의 도깨비 같은 글(※장강일보는 일본에서 보내온 구호물자에 적힌 “산과 내는 이역에 있어도 바람과 달은 한 하늘에 있네(山川異域 風月同川)”보다 “우한 힘내라(武漢加油)”를 듣고 싶다는 사설을 올려 중국의 수많은 네티즌의 지탄을 받았다)을 올려 수많은 사람의 대뇌피질을 자극했다. 글을 보다가 모두 자신에게 활력이 남아 있음을 느꼈을 듯하다. 바로 남을 욕할 힘이다. 사실 남을 욕하건, 사정을 욕하건 모두 마음을 정리하는 좋은 방법이다. 내 딸의 할아버지는 99세까지 사셨다. 한번 그분께 물었다. 장수 비결이 뭐냐고. 기름진 고기를 먹고, 운동하지 않고, 이것저것 욕하는 게 비결이라고 말씀하셨다. 세 번째 비결이 바로 욕이었다. 우한 사람은 지금 집안에 갇혀 맥 놓고 할 일이 없다. 무료하고 답답하다.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하다. 마주 보고수다 떨기는 안된다. 전염되기 때문이다. 창을 열고 노래 부르기도 안 된다. 비말로 퍼질 수 있다. 리원량을 위한 통곡도 안된다. 사회 안정이 깨지니까. 남 욕하는 게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물며 우한 사람은 욕을 좋아하고 능력도 뛰어나다. 욕을 하면 통쾌하다. 북방 사람이 추운 날 대중목욕탕에 갔다가 나오는 기분일 듯하다.
부득불 말하면 네티즌의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은 올바르다. 장강일보에 감사하달까. 당신들이 울적한 사람들에게 통쾌하게 욕할 기회를 줬다. 게다가 리원량이 숨진 뒤 상하이의 신문(신민만보·新民晩報)이 1면 기사로 그를 애도했는데 리원량 병원과 지척인 당신들의 신문 지면은 과연 어땠던가? 많은 우한 사람은 이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너희는 욕하면 안 되나? 하룻밤 푹 자고 나서 인터넷 감독 당국이 당 기관지를 욕하는 댓글을 지웠는지 살펴봤다. 역시나, 깔끔히 사라졌다. 게다가 장강일보의 글까지 싹 지웠다. 독특한 구석이 보이는 대목이다.
전염병은 여전하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주제도 자꾸 바뀐다. 비참하다가 신나기도 하다. 후베이 우한이 마침내 장수를 바꿨다. 사실 누가 여기로 오건 우리에게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역병을 통제할 박력을 가졌느냐다. 저급한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아무 의미 없는 형식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거듭된 쓸모없는 헛소리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하다.
이번에 면직된 후베이 관리는 지역을 지키고 백성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이 땅과 백성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바꾸지 않고선 백성의 분노를 진정시킬 수 없었다. 저들이 지역을 바꿔 다시 벼슬길에 오를지 모르겠다. 과거 황제는 “파면된 관리를 영원히 복직시키지 않는(永不敍用·영불서용)” 법이 있었다. 이처럼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고 나라와 백성에 이렇게 큰 재난을 불러온 자들에게는 이런 징계를 내린다고 해도 처벌이 가볍다 할 수 있지 않겠나. 내 생각에 저자들은 일반 인으로 봉고 파직당한 뒤 비로소 우한 시민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나를 힘들게 한 소식이 있다. 화가 류서우샹(劉壽祥·1958~2020)이 오늘 새벽 숨졌다. 그가 신종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은 진작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떠날 줄은 몰랐다. 내 주위는 모두 화가의 숙소다. 그를 잘 알았다. 내 마음을 더 부서지게 한 것은 의사 친구가 보내온 한장의 사진이었다. 사진은 화장장에 가득 쌓인 주인 없는 휴대폰들이다. 전화기 주인은 모두 한 줌의 재가 됐다. 말문이 막힌다.
다시 역병을 말하자. 후베이 외의 성은 이미 9일 연속 확진자가 줄고 있다. 후베이만 반대다. 확진자 숫자는 오늘 폭증했다. 바라보던 이를 모두 부들부들 떨게 했다. 원인은 모두가 아는 바다. 전문 용어로 말하면 존량(存量·환자 총 숫자)이다. 그동안 이렇게 많은 이가 병원에 가지 못했다. 집에서 죽음을 기다렸다. 이제 정부가 각종 방법을 써서 확진자 모두를 병원에 수용한다. 의심환자 모두 격리했다. 오늘 숫자가 정점일까? 이후 다시 이처럼 많은 숫자가 나올까. 초기에 잘못을 저질렀다. 각종 객관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백성에게 객관과 이유 모두 사람의 목숨이다. 남에게 떠넘겨 무엇하리. 네티즌은 똑똑히 기억한다. 다행히 대성통곡하며 살려달라는 동영상이 요 이틀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 관리 당국의 작품이 아니길 믿어본다.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조치에 갈수록 힘이 붙는다. 방법에 점점 인정이 붙는다. 많은 공무원이 아파트 단지로 파견돼 돕고 있다. 심지어 작가협회 같은 기구에도 파견됐다. 당원 신분의 전문 기술자가 규정에 따라 파견돼 내려왔다. 한 명이 몇 가구를 담당한다. 정부를 도와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물자를 조사한다. 유명대학 석사를 졸업한 창장문예잡지 부편집인도 이 일을 한다. 월급은 공무원보다 적지만 열심이다. 그녀는 6개 가구를 담당한다. 그로부터 들은 각 가정의 상황은 한숨만 나올 정도다. 지금 많은 가정은 외동아이와 노인뿐이다. 한 젊은 부부는 둘이 나눠 각자의 부모를 살피고 아내는 아이까지 돌본다. 남편은 분주히 먹거리를 사 온다. 오가느라 고생이다. 하지만 환자와 희생자가 있는 가정과 비교하면 몇 배 행운이다. 살아 서로 보살필 수 있으니 말이다. 모두 아직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에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중략)
오늘은 유명한 시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끝맺겠다.
봄빛 완연한 3월에 양주로 내려가길 기대하지 않는다(不指望煙花三月下揚州).
봄빛 완연한 3월에 건물서 나갈 수 있기만 바랄 뿐(只但愿煙花三月能下樓).

소설가 팡팡 [웨이보 캡처]

소설가 팡팡 [웨이보 캡처]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황학루에서 맹호연이 광릉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다(黃鶴樓送孟浩然之廣陵)’는 시의 한 구절을 패러디했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옛친구 서쪽으로 황학루에 이별하고(故人西辭黃鶴樓·고인서사황학루)
봄색 완연한 삼월에 양주로 내려간다(煙花三月下揚州·연화삼월하양주)
외로운 돛단배 멀어져 푸른 하늘로 사라지고(孤帆遠影碧空盡·고범원영벽공진)
보이는 건 하늘에 맞닿아 흐르는 장강뿐(唯見長江天際流·유견장강천제류)〉
신경진 중국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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