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보다 상품수출에 눈 돌릴 때|한국중동학회 10돌 기념 국제학술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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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8월 이란-이라크전이 끝나고 최근 동아건설이 53억 달러 짜리 리비아 대수로 2 단계 공사를 따내면서「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로 대 중동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그간의 한-중동관계를 재조명하고 90년대 한-중동관계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대규모 국제학술회의가 열려 학계 및 관련업계의 관심을 끌고있다.
한국중동학회(회장 서재만)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19일 서울 남서울 워싱턴호텔에서 제3차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20일까지).
이번 학술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이라크·터키·파키스탄·레바논 등 6개국 학자14명이 주제발표를 하며 20여명이 토론에 참가한다. 심샤드 아흐마드 주한 파키스탄대사와 누렛딘 세피아니 주한 모로코대사는 각각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석, 양국간의 협력증진에 관해 연설한다.
「90년대의 한국과 중동」을 대주제로 제1부「90년대와 중동경제」, 제2부「90년대와 중동의 국제정세」, 제3부「이슬람 사회와 문화」, 제4부「중동의 언어생활」, 제5부「90년대의 한-중동관계」의 5개 분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 발표되는 3편의 논문을 요약, 소개한다.
◇중소기업의 중간투자진출(심의섭·명지대교수)=한국의 해외투자는 이제 지역적으로 전방위 진출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투자업종도 다양해져야 하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중동에 대한 투자는 아프리카와 함께 가장 부진하다. 그러나 그간 건설업체의 진출로 우리가 중동지역에 쌓아놓은 사업경험은 당대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필품과 소비재 등을 공급하고 특히 섬유류의 육성, 건자재공급 등을 위해 우선 경공업부문의 집중이 바람직하다. 또 단독보다는 합작으로 진출하고 현지의 자국화시책에 협조하면서 사업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세 중동과 동아시아의 무역(홍성민·중동아프리카 연구원)=중동지역에 대한 한국의 진출은 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본격화됐다.
그러나 한국인과 중동인의 최초의 공식적 만남은 서기 7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지기술을 이슬람세계에 전파한 고구려 유민, 고선지 장군, 그리고 신라시대에 무슬림들이 한국에 내왕했다는 아랍문헌을 통해 양자의 만남은 확인된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한-중동교역은 앞으로의 한-중동교역에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그간 주력해온 인력 및 건설수출의 범주를 벗어나 앞으로는 상품수출에 주력해야한다.
둘째, 중소와의 관계가 원만해지면 그 지역의 실크로드에 살고있는 한인들을 이용한 교역 방안도 바람직하다.
셋째, 과거 실크로드를 통과하는 육상운송수단의 이용도 검토돼야 한다.
◇한-파키스탄 경제협력전망(샴샤드 아흐마드·주한 파키스탄대사)=한국과의 교역에서는 파키스탄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므로 한국이 수제양탄자·해산물·과일 등 파키스탄의 주요수출품을 많이 사줄 것을 희망한다.
카라치에 수출촉진지역이 있는데 아시아의 어느 지역보다 여건이 좋다. 파키스탄의 우수하고 값싼 노동력을 한국이 십분 이용해 양국 두에 이익이 되길 바란다.<노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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