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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러플 점프 도전할래요, 독이 든 성배라 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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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유영은 ’김연아 언니처럼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 힘들더라도 쿼드러플 등 고난이도 점프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유영은 ’김연아 언니처럼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 힘들더라도 쿼드러플 등 고난이도 점프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선수 생명이 짧아져도 쿼드러플(4회전) 점프 뛸 거예요.”

4대륙 피겨 선수권 은메달 유영 #김연아 언니처럼 올림픽 금메달 꿈 #점프명인 일본 하마다 코치에 배워

‘피겨 공주’ 유영(16·수리고)이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쿼드러플 점프를 승부수로 선택했다. 그는 12세 어린 나이였던 2016년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시도했다. 당시에는 회전수가 많이 부족했다. 유영은 쿼드러플 점프를 잠시 미뤄두고 조금 쉬운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를 3년 동안 연마했다. 그리고 2019~20시즌 본격적으로 선을 보였고, 지난 8일 끝난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하게 성공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12일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만난 유영은 “트리플 악셀을 연습한 첫해는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2년째부터 착지가 잘 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완성도가 높아져 올해 55% 정도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며 “공중에서 3회전 반을 돌기 위해 근력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 줄넘기와 회전운동 등 지상 훈련만 하루에 4시간씩 했다. 트리플 악셀 성공률이 높아진 이후에는 빙판에서 하루 3~5개만 완벽하게 뛰고 있다”고 전했다.

유영

유영

유영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를 보고 피겨에 입문했다. 스케이팅에 자신감이 붙은 뒤로 쿼드러플 점프, 트리플 악셀 등 고난이도 점프에 집중했다. 반면 같은 또래의 한국 선수들은 트리플(3회전) 점프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성장기에 고난이도 점프를 하면 다른 점프 자세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고난이도 점프에 집중하는 동안 유영의 키는 1m65㎝까지 자랐다. 그도 무릎과 발목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 시즌까지 점프 완성도가 떨어져 국제 주요 대회에서 부진했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래도 유영은 고난이도 점프를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유영은 일본 오사카에 있는 ‘점프 장인’ 하마다 미에(61) 코치를 찾아갔다. 올해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기히라 리카(18·일본)도 하마다 코치 가르침을 받고 트리플 악셀을 완성했다. 유영은 “하마다 코치님께 배우는 모든 선수들이 트리플 악셀을 시도한다. 나도 많이 배우면서 점프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난이도 점프는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어릴 때부터 고난이도 점프를 많이 하면 몸이 견뎌내지 못한다. 고득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남자 선수보다 근력이 약한 여자 선수들의 선수 생명이 더 짧아지는 편이다.

유영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고난이도 점프를 계속 시도하는 건 분명 힘든 일이다. 하지만 내 꿈은 연아 언니처럼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며 “최근 러시아 선수들은 쿼드러플 점프를 4~5개씩 뛴다. 금메달을 따려면 나도 그런 점프를 해야 한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하지 못해도 나는 고난이도 점프를 뛸 것이다. (내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유영의 트리플 악셀 완성도도 아주 높지는 않다. 그래도 이번 시즌이 끝나면 바로 쿼드러플 점프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쿼드러플 점프를 집중적으로 훈련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감각은 잊지 않았다. 어제 한 번 뛰었는데 성공했다”면서 “예전에는 쿼드러플 살코를 뛰었는데 요즘에는 쿼드러플 러츠가 더 잘 맞는다. 부상만 없다면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쿼드러플 점프를 들고 나오겠다. 그래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말했다.

5년 전 만났던 11세 유영은 “초능력이 있다면 10바퀴 점프 신기록을 세우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그가 이제 트리플 악셀에 이어 쿼드러플 점프에 도전한다. 훈련과 대회 참가 때문에 중학교 졸업식에 가지 못한 유영은 “친구들과 함께 못해서 아쉽지만, 피겨를 잘하는 지금이 만족스럽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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